<6>금메달보다 훌륭한 은메달
[편집자주] "나는 세상의 풍경을 읽는 자가 아니라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풍경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이다."(김주대 시인)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얇디 얇은 울림판 같은 몸을 가진 그는 모든 존재를 의미 있는 기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풍경 속에서, 거대하게는 우주의 근원에서 솟구쳐 오르는 어떤 징후를 감지하고 광인처럼 소리치는 사람이다. 생의 우연한 순간에 마주친 모든 존재가 그에게 가서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그의 문인화가 특별한 이유이다.

'연아'라는 글자로 김연아 선수의 꽃 같은 모습을 그려보았다. 김연아, 그는 마치 물속을 부드럽게 유영하다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는 돌고래처럼 느닷없이 허공에 자신을 올려놓고 빙글빙글 돈다. 그러다 풀썩 내려와 언제 그랬냐는 듯 오던 길을 미끄러져 간다. 그는 차가운 빙판 위에 음악처럼 흐르는 선율이고 느닷없이 피어나는 꽃이다.
김연아 선수가 빙판을 치고 날아올라 온몸을 비틀며 허공을 장식하는 장면을 수십 번 보았다. 코끝이 찡해왔다. 모든 절정에는 왜 눈물 냄새가 묻어 있는지. 가슴에 손을 모으고 입을 앙다물며 올라가 한 송이 꽃이 되는 짧은 순간 거기에 깃든 그의 눈물겨운 피겨 여정 17년을 보았기 때문일까.
세계 최고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엄청난 노력과, 수백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용기와, 인내를 생각해 본다면 눈물은 어쩌면 감상자의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노력의 결과가 은이냐 금이냐의 문제도 본질에서 다소 벗어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은 일은 김연아의 현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소중한 결과에 대한 아전인수식의 정치적 해석이나, 상업적 이용을 위한 재바른 행동을 경계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웃고 울며 즐겨, 김연아의 성공이 팍팍한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꽃은 피었다 지겠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영원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