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도서정가제는 출판시장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셈이지요. 그동안 너무 무질서했잖아요. 이제 온라인서점들은 가격경쟁으론 안될 테니 온라인 '노출'로 승부를 걸지 않겠습니까."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모든 책에 15% 동일 할인율을 적용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70~80%씩도 할인할 상황인데 그거라도 못하게 해놨으니 다행이라는 의미다.
한 소장은 "6개월 안에 제대로 된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신간·구간의 기준이나 구간을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 중고서점과의 관계 등을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면 뭐가 좋을까. 소비자들 입장에선 막연히 '책값이 오르는 게 아닐지' 염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소장은 단순히 책값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서점이 '문화소비 공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한동안 대형서점들의 오프라인 매장 늘리기가 주춤했는데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문을 닫을까 말까 고민하던 동네서점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은 자기계발서, 힐링 등을 주제로 한 대중서적"이라며 현 출판시장의 '다양성 결여'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베스트셀러를 냈다는 출판사를 분석해보면 90% 이상이 10개 출판사에 한정됐다"며 "이제 출판사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다양한, 양질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도 책값을 이미 높이 정해놓고 할인을 해준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소장은 "지나친 가격경쟁과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좋은 책을 고르도록 돕는 '서평'의 힘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10년 넘게 도서정가제 개정을 주장해온 그는 이제 "책을 읽는 게 왜 필요한지, 함께 읽는 게 왜 중요한지, 개인의 삶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가 갖춰야할 역량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찾아내야 할 때가 아니겠냐"며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