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역 자처한 리더 B씨가 털어놓은 사연… "부모의 이혼과 이어지는 죽음 앞에"

최근 사망한 록그룹의 여성 보컬리스트 A씨의 장례식장은 초라했다. 밀집된 상가 건물 지하 1층에 따로 마련된 그곳은 큰 무대를 온몸으로 휘젓고 다닌 생전의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작고 허름해 보였다. 그가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록 보컬리스트였는지 보여주는 유일한 증표는 여전히 밝게 웃으며 노래하는 듯한 표정의 영정 사진뿐이었다.
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고, 돌아설 때 다시 그와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인터뷰에선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때론 겸손이 지나치다싶을 만큼 깍듯한 예의를 갖췄던 A씨. 어쩌다 식당에서 식사 한 끼 할라치면, 늘 먼저 숟가락과 젓가락을 얹어놓았던 예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뜻밖이었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을 매단 그의 죽음은 한편으론 예고된 수순같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가족대신 상주 역할을 맡은 밴드의 리더 B씨는 그간 감춰왔던 속내를 조심스레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자살하기까지 겪었던 지난날을 얘기하면 그의 죽음이 쉽게 이해갈지도 모르겠다"며 "이 얘기가 그가 진정 원한 것이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사생활을 줄곧 리더에게만 털어놓았다. 주변에 어떤 사람에게도 밝히지 않은 비밀스럽고 창피스러운 얘기지만, A씨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B씨를 믿으며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겪어온 모든 얘기를 숨김없이 전한 것이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3세때, 부모가 이혼했다. 아버지는 곧 재혼했고, A씨는 계모밑에서 자랐다. B씨는 "할머니, 아버지, 계모 이렇게 3식구가 살았는데, A씨는 할머니와 계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라 외로움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아버지가 급기야 계모와 이혼했지만, A씨는 아버지에게서도 사랑을 받기 어려웠다. 혼자 남은 아버지의 외로움이 커진 만큼 딸에 대한 무관심도 점점 늘어난 것이다.
A씨의 외로운 생활은 성인이 돼서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받은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밝은 표정으로 밖의 사람들을 만났고 집에서의 일을 '비밀'처럼 꼭꼭 숨기며 살았다.
그런 비애가 전환점을 맞은 건 4년 전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였다. 할머니, 계모, 아버지를 차례로 잃은 A씨의 충격과 절망은 실로 형언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A씨는 자신에게 가한 고통보다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여러 번 지켜보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그 우울증의 궁극을 느낀 건 지난해 음악하던 친구도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걸 알고 나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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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느끼면서 살려고 안간힘을 썼던 마지막 의지도 함께 꺾였던 것 같다"며 "노래만으로 그 모든 고통과 좌절을 없애려했지만 주변 환경에 결국 굴복한 셈"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얘기를 같이 듣고 있던 이 그룹의 소속사 대표는 "몇 년을 함께 했는데, 이 얘기는 처음 듣는다. 나한테 조금이라도 얘기하지…"라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그제야 터뜨렸다. 한숨과 침묵이 5분간 교차로 이어졌지만, 리더도 대표도 다시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끝내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