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스기야마 유키모 '졸혼시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비혼'이 미혼자들에게 새로운 화두가 됐다면 '결혼을 졸업하다'는 뜻의 신조어 '졸혼'은 기혼자들을 중심으로 화제다. 결혼생활의 위기를 겪는 중년 부부들에게 이혼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추가된 셈이다.
'졸혼'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일본이다. 책 '졸혼시대'의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이 책을 쓰면서 창안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개정판 격으로 실제로 졸혼을 실천한 부부 여섯쌍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들은 졸혼에 어떤 형태가 있으며 왜 필요한지, 무엇이 좋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졸혼은 단순히 부부가 따로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정적인 부부 관계나 역할에서 탈피해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동시에 배우자와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결혼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책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40대에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중 첫째 딸의 권유로 남편과 따로 살아보기로 한다. 독립 후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서 다른 부부들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며 사는지 책으로 쓰겠다고 결심한다.
책 속엔 다양한 형태의 삶을 이어나가는 부부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일을 위해 떨어져 살거나, 고정된 역할을 바꿔 남편이 아내를 전면적으로 돕는 부부, 전업주부이던 아내가 생활비를 벌며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거나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부부 등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유지돼 온 고정된 결혼제도가 결코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해답이 아님을, 더 이상 '참고 사는 것'만이 최고의 덕목이 아님을 보여준다.
졸혼은 이혼의 색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고, 내 삶에 조금 더 충실하면서 상대와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단, '좋은 졸혼'을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배우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 고독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질 것, 자신의 영역에 무리하게 상대를 끌어들이지 않고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할 것, 주위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을 것 등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이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는 "졸혼은 곧 '평생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있는가', '가족이나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운 내 삶의 콘텐츠가 있는가'에 관한 질문"이라며 "100세 시대 일부일처제가 유지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대안 중 하나"라고 말한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는 것처럼, 졸혼도 결국은 선택이다. 졸혼을 한다고 해서 낭만적인 미래가 펼쳐지리란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나은 삶을 찾는 방법을 확장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책은 아직은 낯선 개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막연한 선택이 두려운 이들에게 힌트를 준다.
독자들의 PICK!
◇졸혼시대=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 더퀘스트 펴냄. 240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