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 모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경은 기자
2017.11.18 08:12

[따끈따끈 새책] "귀소본능은 인간의 전유물? 동물도 마찬가지" 경고

어릴 적 살던 고향, 집에 대한 기억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한 개인의 '뿌리' '근원'을 형성한 곳이자 세상에 나와 처음 마주한 곳, 정착한 곳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청년기엔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꾸리고 적응하기도 하지만 중년을 넘어서면 어릴 적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마찬가지다. '귀소성'이라고 표현되는 이 본능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한 뒤 그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성질이다. 한 예로, 러시아의 북쪽과 캐나다, 알래스카 등에 주로 분포하는 아비새는 넓은 바다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고향의 연못이나 호수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이다.

해마다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들은 매번 그곳에 침투하려는 새로운 아비새들과 경쟁해야 한다. 새로운 아비새들은 그곳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꾸릴 만한 장소인지, 기존 아비새들의 방어능력은 어느 정도이며 그들로부터 둥지를 빼앗을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염탐에 나선다. 이들은 시끌벅적한 새소리 경연을 벌이며 '집'을 향한 쟁탈전을 벌인다. 기존의 아비새들은 이 경쟁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티는데, 여기서 지면 둥지에 남은 암컷, 새끼들까지 모두 뺏길 뿐만 아니라 다시 집을 가질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저명한 생물학자인 저자의 관찰·실험을 통해 드러난 동물들의 '집'에 대한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풍성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태평양을 가로질러 1만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동안 체중이 절반가량 줄어드는 큰뒷부리도요, 귀소 과정에서 태양을 나침반으로 이용하는 개미, 은하수 별무리를 이정표로 삼는 애기뿔소똥구리, 냄새를 이용해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연어, 집과 그 주변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댐까지 만드는 비버, 다른 벌의 힘을 빌려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꿀벌….

'집'은 수많은 동물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집을 소유하고 지키려는 욕구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인간은 이 사실을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 실수를 범할 때가 많다. 공기와 먹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결핍된 우리에 동물을 가둘 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 종에게 삶의 터전과도 같은 서식지를 파괴할 때도 인간은 동물의 '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섬세한 관찰과 연구를 토대로 대자연의 귀소본능을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이 중요한 이유다.

◇ 귀소본능= 베른트 하이히리 지음. 이경아 옮김. 더숲 펴냄. 46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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