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안에 당근 갈아 넣었지”…식습관 제대로 망치는 ‘채소 몰래넣기’

“케이크 안에 당근 갈아 넣었지”…식습관 제대로 망치는 ‘채소 몰래넣기’

김고금평 기자
2017.12.09 07:02

[따끈따끈 새책] ‘식습관의 인문학’…우리는 먹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가

음식은 포화상태로 넘쳐나는데, 먹는 습관은 거의 일정하다. 케이크를 보면 누구나 한 움큼 집어삼키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햄버거 앞에선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적당하다며 스스로 합리화한다. 저녁이면 건강에 별로라고 생각해도 삼겹살을 목록에서 지우기 힘들다.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정해져’ 있다.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건 태어날 때부터 생성된 방어기제인가. 아니면 먹다 보니 단맛과 쓴맛을 구별해 쓴맛을 멀리하려는 의식적 욕구의 발현인가.

채소가 좋은 줄 알면서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금껏 다른 방식으로 먹는 법을 배운 적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식사에서 채소를 보이지 않게 ‘숨기려는’ 부모의 필사적 노력을 고려해보자. 브로콜리를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야 할 정도로 그 맛이 그렇게 끔찍할까. 부모의 숨 가쁜 노력은 ‘어린이는 천성적으로 채소를 싫어하고 파스타 소스로 만들 때에만 자기도 모르게 삼키며, 스스로 당근을 좋아하는 법을 절대 배울 수 없다’는 각종 매체와 요리책의 설명에 기대고 있다.

그래서 케이크에 비트 조각을 몰래 집어넣으며 자신의 묘책에 흐뭇해지기 일쑤다. “자신도 모르게 뿌리채소를 먹었다는 건 꿈에도 모르겠지?”하며.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비트를 먹은 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결국 케이크에 대한 선호가 단단히 자리 잡는 결과를 낳는다.

햄버거는 몸에 안 좋고 채소는 몸에 좋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이들은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채소를 더 즐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이는 이전의 미각을 버리고 새로운 미각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어떤 ‘보편적 신념’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모두 먹는 법을 배운 것들이다.

모든 사람은 젖을 먹으면서 삶을 시작하고 이후부터 손에 잡히는 순서로 섭식이 달라진다. 탄자니아의 수렵 부족들은 아기에게 처음 먹이는 가장 좋은 음식으로 야생동물의 골수를 꼽는다. 반면 동남아시아 라오스에선 어머니의 입속에서 씹은 쌀밥을 아기 입속으로 넣어준다. 잡식 동물인 인간의 먹는 법은 숨쉬기처럼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된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익히는 것이다.

저자는 식습관이 학습된 것이어서 그것은 다시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섭식이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음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일본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 음식을 제대로 먹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였다. 전쟁 기간엔 최악의 굶주림을 겪어 단백질 섭취가 거의 불가능했다. 미군이 제공한 롤빵과 우유, 일본군의 재고품으로 쌓여있던 통조림으로 만든 절충식 음식을 먹고 자란 이 세대가 결국 음식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된 셈이다.

싫어하던 것이 좋아하는 것으로 변하는 미각 이동이 시작됐다. 수백 년 동안 침묵을 지킨 식탁이 여러 음식과 유쾌한 웃음이 함께하는 건강한 섭식으로 변한 것이다.

행동심리학의 관점에서 식사 행동은 자극(단 사과 타르트), 반응(먹고 싶은 욕구), 강화(타르트를 먹는 것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 3단계다. 강화는 뇌의 도파민 분비로 맛 선호를 각인시켜 습관으로 전화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음식을 둘러싼 자극-반응 행동은 사회적 행동만큼 복잡한데, 우리가 18세가 될 때, 음식과 관련된 학습 경험은 약 3만 3000가지나 된다고 알려졌다. 먹는 습관은 여러 환경이나 조건(때론 먹을 것이 거의 없는 가난의 조건, 유명인이 TV에서 채소만 먹는 행동을 따라 하는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좋은 식습관을 지키는 3가지 조건으로 △잘 조직된 식사 시간을 지키고 △제공된 음식의 양과 같은 외부 신호에 의존하는 대신에 배고픔이나 배부름 같은 자신의 내부 신호에 반응하며 △다양한 식품을 맛보는 것에 열린 자세를 보이는 것을 내세웠다.

그런 방법이 실패한다면, 때론 거짓말을 이용하라고도 조언한다. 헝가리에서는 당근을 먹으면 휘파람을 부는 능력이 생긴다고 얘기함으로써 어린이에게 당근을 좋아하게 가르치는 식이다.

당근을 먹는 사람이 되려면, 그 전에 당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잼 바른 빵을 좋아하는 한가지 이유는 스푼에서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지며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러셀 호번이 책에서 말한 내용처럼 좋은 식습관엔 ‘취향의 이유’가 필요한 법이다.

◇식습관의 인문학=비 윌슨 지음. 이충호 옮김. 문학동네 펴냄. 50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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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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