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세계로 뻗은 '나랏말싸미'②

"이제 한국어를 배우려면 번호표를 받고 수개월간 줄을 서야 한다."
최근 새로 취임한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에서 "한국어의 인기에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현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집트에 있는 세종학당이 수용할 수 있는 수강생수는 최대 120명에 불과하지만 대기자수는 2800여명에 달한다. 터키에 있는 세종학당도 최대 수강 가능한 인원이 230명이지만 대기자수는 2500여명이다. 400명 가까이 수강생을 받을 수 있는 러시아 세종학당에서도 800여명이 줄을 서고 있다. 통상 한 학기 강의가 3개월 정도 이뤄지고, 각 국가별 세종학당의 수용인원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세종학당에 들어오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전 세계에 세종학당을 보급하는 세종학당재단은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자국어 보급기관을 참고해 2012년 탄생했다. 하지만 이미 규모 면에선 훨씬 앞선다. 초창기 3개국 13개소에서 출발한 해외 현지의 한국어학당은 세종학당재단이 출범한 이후 2018년 56개국 172개소, 올해는 82개국, 23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진흥기반 조성 및 확산 사업 예산도 2018년 288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89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엔 920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내년엔 세종학당수도 270개소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어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차다. 이해영 이사장은 "세종학당을 세워달라는 국가나 도시가 너무 많다"면서 "하지만 교원 공급 등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결국 예산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다양한 부처와 함께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현지 외국인들을 세종학당으로 끌어모으는 힘은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크다. 바레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현재 국내에서 생활 중인 자흐라 알사피(21·여)씨는 "대부분 한국어를 접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K팝의 영향을 받는다"며 "저도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글이 배우기 쉬운 문자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어의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과 스웨덴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설은지 강사(34)는 "외국인들도 한글이 단순하다고 느낀다"며 "대부분 일주일 정도면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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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피씨도 "세종학당에 가기 전에 드라마만 봤고 한글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며 "하지만 한글은 문자가 체계적이어서 배운 지 이틀 만에 익혔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막상 배워보면 다들 쉽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교육이 대학교 등 고급 교육은 물론 의무교육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태국 최고의 명문대 쭐라롱껀대학교는 한국어과를 개설했고, 2019년 베트남 정부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가 아닌 제1외국어로 선정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육이 가능하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는 매년 전과를 하려는 학생들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한국어 강의는 이미 일찍부터 온라인 교육에 대응해 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세종학당재단에서도 앞으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해영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한국어 교육은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자국어 교육과 차별화 된다"면서 "이미 다양한 온라인 한국어 강의가 자리를 잡았고, 메타버스 등 다른 나라에서 생각하지 못한 학습 방법들도 우리가 먼저 시도했고 해외에서 반응도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