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세 글자를 쓴 후 썼다 지웠다를 여러 번 했다. 일필휘지로 '이게 해법이다'라고 멋있게 써 내려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정운찬 국무총리는 왜 이 어려운 문제를 다시 화두로 던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시끄럽지 않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여정부에서 결정한대로 추진하자고 하면 될텐데 말이다.
총리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는 고향을 배신한 사람이라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최우선 순위를 세종시에 뒀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봐서는 효율적인 계획이 아니다"(9월3일 국무총리 내정직후 기자회견),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고 생각한다"(9월21일 인사청문회), "세종시 문제 해결에 내 명예를 걸겠다"(9월29일 총리 취임후 첫 기자회견). '경제학자로서의 양심' '명예'라는 말로 세종시 수정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한 것이다.
정 총리의 발언이후 세종시 문제는 한달 넘게 이슈가 되고 있고, 연일 언론에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 사이 '여권 수뇌부 극비 회동', '여권,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개정 추진'등의 뉴스가 나왔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7일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포항의 포철처럼 세종시에도 그런 것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세종시가 답이 잘 안 보이는 고차원 방정식이 돼 버렸다는 점이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충청도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데다 여권도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측근을 통해 "세종시는 국민에게 약속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표'라는 정치적 셈법에서 세종시 건설이 시작돼서인지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를 의식, '표'에만 신경쓰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으로도 이미 주민 이주와 토지 보상이 이뤄졌고, 사업비 22조5000억원 가운데 5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상태다.
한마디로 백지에서 세종시를 새로 그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시 해법과 관련해 원론적으로 "최적의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최적의 대안이 말만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다음주중 행정중심도시를 녹색첨단복합도시로 바꾸는 세종시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지만 이 안도 참여정부의 '균형 발전'만큼 이상적인 것만 조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신재생에너지, 교육, 연구, 과학, 의료, 항공우주산업 등 녹색성장 중심의 자족기능을 확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행정 빼고는 온갖 좋아 보이는 것들을 다 갖다 붙였기 때문이다.
그럼 '행복도시' 세종시를 진정한 '행복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세종시 논란이후 기자와 만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솔직히 가기 싫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원안이 강행되면 가족은 서울에 남겨두고 혼자만 가겠다고 했다. 행정의 비효율성도 문제지만 행복도시의 주 구성원이 될 사람들이 그 도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공무원들의 속내에서 역설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가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미사어구만 화려한 도시가 아닌 특정분야에 경쟁력을 갖춰 먹고 살만한 도시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거 저거 좋다는 것을 갖다 붙인 '짬뽕도시'가 아닌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 문화, 과학, 환경, IT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 올인해야 한다고 본다. 거기에 자유를 불어 넣어준다면 도시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다. 아울러 이런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도 경청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