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원자력기구·프랑스 원자력청 관계자 인터뷰
한국이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쟁쟁한 국가들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원전 수출의 첫발을 쏘아 올렸다. 한국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향후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터키와 요르단,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등을 상대로 원전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는 2030년까지 원전 430기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부활)'를 맞았다.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와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30여년간 침체된 원전이 고유가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
그러나 원전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와 프랑스 원자력청(CEA) 관계자들은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라고 평가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중요 결정을 할 때 국민의 의견을 구할 것을 조언했다.
OECD NEA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8개 회원국이 원자력과 관련한 중요 정책을 협의하고 국제 공동연구 및 원전 사고 배상을 지원하는 단체다. CEA는 1945년 설립됐으며 현재 프랑스 전력의 80%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물론 국방, 의료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니스 던 리 OECD NEA 부국장>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왜 나왔나.
▶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30여개국이 원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에너지 효율에 관심이 많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폴란드와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벨기에는 그동안 원전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원전 설치 또는 가동 기간 연장 준비에 들어갔다.

-원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이유는?
▶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석 연료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돼 값싸고 친환경적인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전은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이 심각한 에너지이다. 잘못될 경우 환경 파괴의 가능성도 높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의 문제와 관련해 OECD 원자력기구 회원국들은 우리 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동의를 했고 그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동감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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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그린에너지로 봐도 좋은가.
▶원전을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renewable) 에너지'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 신재생에너지들이 채산성이 있을 때까지 다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렇지만 원전도 사용한 연료를 재처리(reprocessing)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하다. 프랑스는 현재 사용한 연료를 재처리해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베아 CEA 원자력국장>
-프랑스 국민의 원전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프랑스 사람들은 원전을 청정기술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11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은 원자력이 석유보다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에너지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53%가 원자력에너지를 선호하고 있고 60%가 원자력 에너지는 미래를 위한 에너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이유는?
▶프랑스 정부는 법제화와 대국민 토론을 통해 원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왔다. 1991년 방사성 폐기물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15년간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관해 연구를 했으며 2006년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또 2006년 봄과 2007년 가을 공공토론을 진행해 방사성 폐기물과 가압경수로 등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때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 정부와 정보를 나누고, 둘째 원전의 역할을 대중에게 설명하며, 셋째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국민의 의견을 고려한다.
-풍력과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보완을 할 수 있되 대체는 할 수 없다고 본다. 원자력에너지는 대량생산을 통해 전력 생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대량 생산이 어렵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대보다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도움을 얻겠지만 원자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한국의 원전 수준은 어떤가.
▶한국은 원전 분야에 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980년대부터 한국의 원자력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연구팀 역량이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지금 프랑스는 한국과 중대사고 처리·예방 기술과 고속증식로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