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니버설뱅킹과 투자은행 육성

[기고]유니버설뱅킹과 투자은행 육성

김화진 서울대 교수
2010.06.01 08:57

나이지리아가 최근 유니버설뱅킹 모델을 폐기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예금자들의 돈을 받는 상업은행이 다른 금융업무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겸업주의를 폐지하고 전업주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스위스는 유니버설뱅킹이 발생시키는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UBS 같은 대형은행이 일부 사업부문의 분할을 강요받으면 안되며, 다만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감독이 더 철저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위스의 겸업주의는 은행업의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실제로 스위스 은행들은 1980년대에 주택저당대출에서 우리 돈으로 약 40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투자은행 부문에서 얻은 이익이 그 충격을 완화해 주었다고 한다.

▲김화진 교수
▲김화진 교수

1930년대 미국 증권시장의 붕괴가 상업은행의 부실로 이어진 이유는 한 금융기관이 상업은행업무와 투자은행업무를 사내에서 겸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투자은행업무와 상업은행업무를 분리했다. 이 법은 약 70년을 거치면서 서서히 완화되다가 1999년 그램리치법으로 부분 폐기되었다. 최근의 금융개혁은 금융기관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부실해져도 도산시킬 수 없고 정부가 구제해 주어야 하게 되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상업은행업무와 투자은행업무를 분리하면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생각이 지난 주 미국 상원을 통과한 금융개혁법 안에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로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도 자신이 마련하는 새로운 규제와 같은 내용으로 제도를 개편하라고 요구할 모양이다. 그와는 별도로, 유니버설 뱅킹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금융산업을 정비해야 하는 신흥시장국가들은 미국의 움직임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도 같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목표를 계속 추구해야 하나. 아니면 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나. 금융기관의 국제적 M&A를 비롯한 전략에서도 미국 발 제도변화는 중요한 변수다. 해외 진출, 국제화에 있어서 규제의 틀이 변하고 그에 따라 대상국 금융기관의 사업 내용과 전략적 가치가 달라진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이제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이 통합적으로 발달되어 갈 기반이 조성되었다. 원래 계획은 유니버설뱅킹 모델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니버설 뱅킹에 대한 신중론이 강해지면 뜻하지 않게 투자은행의 성장이 벽에 부딪힐 수 있게 된다.

상업은행의 운영시너지는 은행간 M&A를 통한 대형화로 얻을 수 있지만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업무를 확대하거나 투자은행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관련다각화로도 성취될 수 있다. 유니버설뱅킹 모델은 각 금융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늘려준다.

역설적이지만, 상업은행의 옵션이 늘어날수록 투자은행이 발달할 수 있으며 상업은행이 소극적이 될수록 투자은행이 발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조류는 상업은행이 보유한 강력한 인프라의 지원을 받는 투자은행이 점점 더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고유의 상업은행 업무와 고유의 투자은행 업무 간 경계만 잘 정하고 그 부분에서만 사내겸업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리스크는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신중론도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발 변화를 우리가 그대로 흡수할 필요는 없다. 투자은행을 육성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키자는 생각은 자본시장의 발달이 경제의 발달로 연결된다는 경제학이론에 기초한다.

투자은행 업무의 핵심은 기업의 본질가치를 평가해서 투자자들에게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며 이 정보는 시장의 신경망을 통해 사방으로 전파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높인다.

우리나라에서의 투자은행 육성 신중론은 마치 성인병이 겁나서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초등학생과 같다.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는 연구하면 된다. 그러나 초등학생은 아무리 건강해도 선진국 대학원생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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