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한의사들이 '협회'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

[현장클릭]한의사들이 '협회'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

최은미 기자
2010.08.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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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은 지금까지 뭐 했나"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직무유기'했다며 사퇴하라는 한의사 회원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한의사들의 '분노'가 일제히 협회장을 향하고 있다.

헌재는 침과 뜸 등의 의료행위를 한의사에게만 허용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전체 재판관 9명 중 5명은 위헌 의견을 내 가까스로 합헌 정족수(1/3)를 넘겼다.

한의사들의 분노는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재판관들이 침과 뜸 시술을 '대체의학'으로 해석한 부분 때문이다.

한의사들의 주장은 이렇다. 침과 뜸 시술은 대체의학이 아니라 의료법에서 정하는 '의료행위'다. 한의학에서 파생된 시술로 한의대에서 6년 간 교육받은 후 국가고시를 통과해 한의사 자격을 취득해야 시술할 수 있다. 건강보험에 적용돼 시술비도 몇 천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침과 뜸 시술을 '유사의료행위 또는 보완대체의학'으로 정의하며, "연구하고 검증해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제도를 둬 국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료법에는 이미 의료행위로 분류돼 있지만 판사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판결하니 대다수 언론도 모두 침과 뜸 시술을 '대체의학'의 일종으로 보도했다. 하루빨리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헌법재판소에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한의사협회 집행부에 화살이 돌아갔다. 한의사협회는 판결 후 8일이 지난 4일에서야 "침 뜸은 대체의학이 아닙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대부분의 언론이 '대체의학'으로 보도한 후였다.

이같은 혼동이 일어난 데에는 외국 영향도 컸다. 미국 등 한의사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는 침과 뜸 등을 대체의학 범주에 넣고 있다. 침과 뜸은 한의사들 진료영역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최종적으로 위헌판결이 나 침구사가 허용될 경우 한약을 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의사와 다를 게 없다.

실제로 한의사는 옛 침구사와 한약사의 역할을 합쳐 개선한 것이다. 6개월 교육받아 침구사 자격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6년을 공부해서 한의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게 한의학계의 주장이다.

한의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없는 한의사 제도까지 만들어 전문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 의학을 보다 발전시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법에서 정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역할조차 제대로 알려내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협회에 회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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