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 450 이하면 누구나 OK?'

[기자수첩]'월 450 이하면 누구나 OK?'

전혜영 기자
2010.09.16 17:12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

신문, 인터넷, 심지어 휴대전화 스팸문자를 통해 하루에도 여러 번 보게 되는 대부업체들의 대표적인 광고 문구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주겠다고 고객을 유인하지만 막상 대출을 받으려 하면 조건이 많아진다.

16일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예산을 집행하겠다며 '무상 교육' 카드를 꺼내든 정부도 대부업체 뺨칠만한 '광고'로 혼란을 야기했다.

정부는 이날 내년부터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자녀 보육료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나선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월 소득 450만원 이하'라는 조건만 맞으면 누구든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보육 가정의 70%가 보육비 지원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가 나가고 본지에는 독자들이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월 450만 원에 성과급이 포함되느냐" "월 450만 원이라는 기준이 세전이냐, 세후냐" 등 실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독자들의 질문은 본지에서 답변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월 450만 원 이하'라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 월급 기준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이기 때문이다.

소득인정액은 실제소득인 월 소득에 일반재산, 금융재산, 승용차재산 등의 재산을 월평균 소득으로 환산한 급액을 합산해 계산한다.

즉, 집도 있고 차도 있는 가정이라면 월 소득이 450만 원 이하라 하더라도 재산조회를 해보기 전까지는 무상보육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집과 차의 재산가액이 크다면 급여가 적더라도 소득인정액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은 알리지 않고, 월 소득 450만 원 이하라는 점만 강조해 혼란을 자초했다.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주저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훈훈'하다. 저출산 대책이 마땅치 않은 시점에 보육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적 선택은 일각의 '포퓰리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의 적절했다는 평이다.

다만 정책적 성과를 홍보하는 데 급급해 실제로 혜택을 입어야 할 국민들에 대한 설명과 배려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아무나' 받을 수는 없다면 쏟아지는 예산안 홍보 기사들도 '스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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