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총리, 한국 외환시장 개입 비판
G20 정상회의 의장국 한국도 마침내 환율전쟁에 휘말렸다. 일본이 지난달 6년 만에 시장개입을 단행하며 촉발된 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벌어지던 글로벌 환율전쟁에 한국도 말려든 것이다.
환율전쟁 전선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중국, 브라질, 태국 등 신흥국의 싸움으로 재편되는 동안 한발 물러 서 있었으나 일본이 중국과 함께 한국의 환율문제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환율 싸움터에 끌려 나간 형국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격화되는 환율전쟁에서 G20 의장국 자격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회원국간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 당사자가 돼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일본, 한국 외환시장 개입 포문 =일본은 13일 한국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나와 "한국과 중국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통화를 낮은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G20의 공조 선상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간 총리가 특정 국가를 지목해 외환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조작국 혐의를 끊임없이 받아 온 중국에 G20 의장국인 한국까지 물고 늘어진 것.
간 총리뿐만 아니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도 이날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심히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G7과 G20에서 신흥 무역흑자국들이 통화가치의 유연화를 위한 개혁을 해야 한다"며 "세계의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논의에서 일본도 주장할 것은 주장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日 시장개입 효력없자 한, 중에 화풀이(?) =일본 총리와 재무상의 작심발언은 슈퍼엔고로 일본 수출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스러운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자동차, 가전 등 경쟁관계에 있는 주력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한국을 겨냥했다.
지난달 시장개입 이후 2조1000억 엔(미화 약 2565억 달러) 규모의 엔화를 풀어 달러를 사 들이면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동시에 한국 원화, 국 위안화 등 경쟁국 통화의 절상을 기대했지만 약발이 듣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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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무대가 의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국내를 향한 정치적인 뉘앙스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슈퍼엔고로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간 나오토 정부의 절박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혼자만 살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는 국제적인 오명에 '물타기'를 하는 효과도 있다. "중국뿐 아니라 G20 의장국인 한국까지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알려 자국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겠다는 속셈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내부를 향한 정치적 목적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G20 의제 설정과 논의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노코멘트", 확전 부담 =이 같은 일본의 공세에 대해 정부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거나 코멘트 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일본 정부가 궁지에 몰리면서 한 발언에 굳이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달 서울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과 환율문제로 갈등을 빚을 경우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서울 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를 의제로 삼기 위해 지지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한 마당에 일본까지 나설 경우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 우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사안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공세가 G20의장국의 입지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