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경제 결산 5
올 해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제지표는 화려한 성적을 거뒀지만 서민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특히 중소기업은 수출호조로 승승장구한 대기업과는 달리 자금난 등이 악화되면서 살얼음판을 걸어야했다. 경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동반성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서민 경제를 살려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한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대기업은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정부가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원천기술 확보'와 '우수 중소기업의 독자적 영역 보전'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제시하면서 동반성장 화두는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표 및 대기업 총수들과 잇단 회동을 가졌고, 관계부처들은 해법 마련에 골몰했다.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정부부처는 대통령의 지시 이후 곧바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실태조사와 대안 마련에 나섰다.
각 부처 수장들의 '상생' 발언도 쏟아졌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중소기업이 서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상생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도 할 만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대기업들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후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3개월여의 논의 끝에 정부는 지난 9월 동반성장의 '로드맵'격인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9.29 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대책에는 중소 하도급 업체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납품단가 문제를 풀기 위한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지난해 납품단가 조정을 위해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됐지만 대기업의 보복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신청을 기피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함으로 중소기업의 조정신청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지원제도) 제도를 도입해 신속한 납품단가 조정이 이뤄지도록 했다.
아울러 대기업이 납품대금을 멋대로 깎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부당감액 입증책임을 대기업이 맡도록 했고, 구두 발주 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주요 업종별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급하기로 했다. 하도급법에서 제외됐던 1차-2차, 2차-3차 협력사간 하도급 거래에 법 적용을 확대하고, 기존의 대기업-1차 협력사 중심의 협약 체결을 1차-2·3차 협력사로 확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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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수장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동반성장이 한층 탄력을 받았다. 대·중소기업 상생의 컨트롤타워인 동반성장위는 내년에 대기업의 실적을 평가해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올 한해 '동반성장'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최근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밑그림이 완성된 만큼 내년에는 동반성장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