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행복한 놀토의 조건/ 고민에 빠진 중소기업
“정부에서 조그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일 때려치우라고 하는 겁니까? 내 더러워서 못해먹겠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로 걸려온 20인 미만 사업장 사용자의 전화에는 격앙돼 있었다. 당장 7월부터 신규 인력을 충원하거나 추가근무수당을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부가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지원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임금부터 올려주는 것이 여간 못마땅한 모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간혹 정부기관으로 착각하신 사업주들이 전화로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근로자의 임금을 어떻게 책정하라는 이야기인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숨 늘어가는 영세 사업장
7월1일부터 5인 이상 2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주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됨에 따라 적용 대상 사용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인건비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0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근로자 1인당 월 15만4830원이 올라 전체 인건비가 8.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인 이하 사업장 대부분은 영세하게 운영된다. 회사 대표가 직접 물건을 팔거나 현장에서 기계를 돌리기 일쑤다. 인력 한명을 충원하는 데 느끼는 부담은 규모가 큰 사업장에 비해서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육체근로를 요하는 노동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인력 공고를 내도 면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공장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가뜩이나 3D 업종이라는 이유로 기피현상이 심한데다 고용 연속성도 짧아 인력 수급은 이들 사업장의 풀기 힘든 숙제다.
한때 노동인력 수급의 돌파구였던 외국인 근로자도 모시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쿼터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맘 편히 ‘토·일요일 휴무’를 외칠 수 있는 형편도 안 된다. 납기일을 맞추려면 주말에도 열심히 기계를 돌려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살이를 하는 소상공인에게 주말 근무는 생존과도 같다.
한 중소기업 하청업체 사용자는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주말에 쉬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나 지원 없이 무조건 40시간 근무를 지시하는 것은 영세 상공업자를 무시하는 일방적이고 편의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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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용자 피해 없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조금 다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지만 실제로는 사업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44시간 근무제일 때는 연차·월차·유급생리휴가가 있었지만 40시간 근무제로 바뀌면 연차휴가만 남는다는 것. 또 휴가사용 촉진제가 생겨 근로자가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수당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도 주말이나 야근 등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률을 기존 50%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최초 4시간에 대해 25%로 조정했다. 만약 시간당 1만원을 받는 근로자에게 토요일 8시간 근무를 지시한다면, 과거에는 일괄적으로 시간당 1만5000원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처음 4시간에 한해 시간당 1만2500원을, 이후 4시간에 대해 시간당 1만5000원을 지급하면 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 사용자 부담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면서 “근로자의 휴가일수가 10~20일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사용자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혼란 속 ‘관행’ 타파가 관건
산업규모별 종사자수를 살펴보면 5인 이상 20인 이하 사업장은 전국 38만8000여곳. 종사자수는 318만3000여명이다. 전체 사용자의 12.6%, 종사자의 23.8%다. 이 중 이미 주5일 근무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43%, 격주로 토요일 휴무를 하는 곳은 9.2%다.
이번 시행으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가늠하기 어렵다. 약 20만명 미만이 우선 대상자가 되지만 사업장의 형편에 따라 주중 근무시간을 줄이고 토요일 근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영세한 사업장에서 사용자나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정보에 둔감한 데다 열악한 사업 환경을 감안하면 ‘관행’이라는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사용자 입장에서는 상황을 타계할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 가까운 사용자는 ‘대책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근로자의 목소리는 갈린다. 토요일 휴무가 결정된 곳은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시간제 근로자들은 오히려 근무시간이 줄면서 수입마저 줄어들까 걱정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주40시간 시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주가 휴일 보장 안 해준다면?
7월부터 5인 이상 20인 이하 사업장은 하루8시간 주40시간 근무를 지켜야 한다. 이외의 시간에 근무를 시킨다면 할증액 포함 연장근로에 대한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단 주5일 근무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사전 약속이나 보수 없이 휴일 업무를 지시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편이 가장 빠르다. 대표번호는 1350번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월~금에만 상담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면 노동법 60조 5항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휴가일자 역시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줘야 한다. 근로자의 휴가가 회사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경우면 협의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근로자 선택사항이다. 물론 휴가 일자를 두고 회사와 극한의 갈등을 겪을 근로자는 거의 없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용자 우위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