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리포트-위기의 진화②]잔액 줄었으나 부실 잠재‥미착공 PF 절반 이상
더벨|이 기사는 10월13일(10:00)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에게 저승사자와 같았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었다. 신규 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 기존 PF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정리한 결과다. 미분양 할인 매각 또는 시행사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PF의 '질(quality)'이 문제다. 착공을 못하거나 분양이 안되거나 혹은 입주가 지연되는 악성 PF들이 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사업장에서 부실 PF 발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사의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금 부담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부족한 현금은 외부 차입으로 메워지고 있다.
올해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추진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건설사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문제 사업장의 PF를 만기연장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개별 PF 별로 잠재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PF와의 전쟁 그 2라운드가 시작됐다.
◇ PF 크게 줄었지만‥질은 점점 더 나빠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PF 채권은 총92조1000억원이다. 상반기 대비 3조원(13%), 전년말 대비 4조9000억원(23%)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PF 대출(Loan) 규모가 급감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을 상각 처리했을 뿐 아니라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이미 나간 PF대출 중 일부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반면 PF 유동화는 2008년 16조9000억원에서 2009년말 20조7000억원, 2010년말 25조6000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인한 조달 비용 감소와 증권회사들간 경쟁의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은행권에서 외면 받은 건설사들이 유동화(채권)시장으로 차츰 내몰렸기 때문이다. 건설사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이 아니었단 뜻이다. 채권시장을 통한 ABCP 발행 비중 증가는 결국 만기 단기화로 인한 차환 리스크를 키우게 된다.
대출 시장에서 은행권 비중이 줄어들고 저축은행권 비중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최근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가 잠재 부실 PF를 강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저축은행들이 PF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채권단 동의로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사들도 부도 혹은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PF 잔액을 종류별로 보면 주거용, 즉 아파트 사업이 대부분이다. NICE신용평가가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34개 건설사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74.4%가 주거용 PF다. 사무용은 12.7%고 산업용은 4.7%에 그친다. 아파트 가격 하락과 건설사 자금난이 직결돼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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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해당 PF가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과 경남 등 지방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는 상황에서 김포와 파주, 용인 등 경기 지역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경기권 PF에서 추가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6만8593호중 32%인 2만2137호가 경기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지역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권만 유일하게 미분양이 증가했다. NICE신용평가 보유 34개사 PF 잔액의 38.7%가 경기권에 집중돼 있다.
◇ 돌아오는 부메랑‥채무 현실화 점증 가능성
유동화 PF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남아 있는 PF의 리스크는 점증되고 있다. 아직 삽도 뜨지 않은 착공전 PF의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언제 착공이 될지 알지 못하는 사이 금융비용만 증가할 수밖에 없다.
NICE신용평가 등급 보유34개 건설사의 PF중 예정사업 비중은 57.5%로 2010년 상반기 58.9%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 지역인 경기권의 미착공 사업 비중은 61.1%로 높은 편이다. 해외는 7.8%로 비중이 낮았다. 진행과 준공된 사업장에서 미분양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에 더해 미착공 사업장은 건설사의 차입금 부담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행사 채무를 대신 상환하거나 아예 인수해 버리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34개 건설사의 EBIT(이자비용·법인세 빼기 전 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중간값)은 2008년 3.2배에서 2009년 1.9배, 2010년 1.8배를 보였다. 이익 감소와 더불어 금융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해 시행사 채무를 인수해 버리는 건설사도 생기고 있다. 사업 향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자기 신용으로 차입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는 해당 건설사의 차입금을 늘리는 요인이다. 우발채무인 시행사 보증이 실제 채무로 바뀌면서 그만큼의 자금을 융통해야하기 때문이다.
채무인수 사업장은 더 나올 수 있다. 시행사 채무와 토지 등사업장을 시공사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더 낫기 때문이다. 단 부실 자산과 새로운 채무를 동시에 떠안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미수금 등 매출채권 증가를 동반한 미착공 PF를 우려하는 이유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미착공 PF 사업장 채무를 인수하거나 아예 매각하려는 건설사들도 있지만 모든 건설사들의 처한 상황이 비슷해 쉽지 않다"며 "계속해서 떠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미착공 PF는 건설사 현금을 슬금슬금 갉아먹으면서 해당 건설사들의 자금 고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