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술 값 안 오른다는데 씁쓸한 이유

[기자수첩]술 값 안 오른다는데 씁쓸한 이유

전혜영 기자
2011.12.11 18:13

맥주 값이 오를 '뻔' 했다. 오비맥주가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2년여 만에 가격 인상을 강행하려다 보류했다.

유난히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에 술값을 안올린다니 일단 다행이지만, 이번 소동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뒷맛은 영 씁쓸하다.

올 들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생활 밀접품목의 물가가 줄줄이 상승했지만 주류는 예외였다. 맥주는 2009년 말 2.5%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같은 가격이다. 소주는 더하다. 2008년 말 5.9% 오른 이후 3년째 가격이 제자리다.

주류업계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주류면허권을 쥔 국세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식품과 달리 소주와 맥주는 가격을 올리려면 국세청과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한다. 소주와 맥주는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출고되는 순간 주세(출고원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세(공장공급가의 10%) 등 관련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가격 인상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세청이 이른바 '행정지도' 명목으로 가격 인상을 허용해야 하는데, 정부가 물가안정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OK' 사인을 주기란 쉽지 않다. 그간 주류 업계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무위에 그친 이유다.

하지만 이번 소동은 달랐다. 주류 업계가 가격을 동결한 2~3년 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가격 인상 여지가 있다는 데는 동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와 국세청은 '선(先)동결, 후(後)인상'을 택했다. 주류 업계가 한 발 물러서되, 내년 이후에 가격인상을 다시 추진키로 한 것이다. 연말연시라는 어수선한 시기를 피해가면서 서로 명분과 실리를 챙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있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감독기관은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고 보려는 결정은 언제든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술값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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