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엔 동의하지만 실제 과세 추진엔 난제 산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교인 과세' 발언으로 정작 당혹스러워진 곳은 실무 책임을 안고 있는 재정부 세제실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은 동의하지만 실제 종교인 과세가 말처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6년 전인 2006년. 국세청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의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교인 과세에 대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찬반 양쪽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은 데다 실제 과세를 위해선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특히 목회 등 종교행위를 근로로 볼 수 있느냐는 원론적 문제에서부터 다양한 종파, 계파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등 곳곳에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재정부가 원칙론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일 "장관이 종교인 과세 얘기를 꺼낸 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의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언제부터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이번 정부 내 과세를 추진할 것인지도 확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는 종교인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이 과세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종교단체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인정하지만 종교인 개인에게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의 경우,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종교단체에 한해 부가세, 양도세, 취득세 면제 등 비영리법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종교인에겐 소득세를 부과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종교법인법으로 종교단체엔 특정 세목의 비과세를 인정하지만 종교인 개인은 예외가 아니다.
우리 법 조항에도 종교인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다. 이를 근거로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쪽에선 별도의 법 제정 없이도 종교인에 과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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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원칙을 적용하기 이전 수많은 종교단체들에 통용될 수 있는 과표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따로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월급을 받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달리 영세교회 목사의 경우, 소득과 교회 운영비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격을 어떻게 정리하고 소득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되는지를 규정하려면 따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 찬성 쪽에서 흔히 예로 드는 천주교 사제의 경우, 교구나 분당으로부터 월급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과세를 추진할 때 과표기준을 만들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천주교 사제들은 지난 1990년대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종교인에 대한 과세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글로벌 트렌드기도 하지만 워낙 미묘한 측면이 많아 실제 과세하기 쉽지 않다"며 "과세에 앞서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