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유산소송에 작심한 듯 발언 쏟아낸 이유는?

이건희 회장, 유산소송에 작심한 듯 발언 쏟아낸 이유는?

뉴스1 제공
2012.04.17 14:02

(서울=뉴스1) 김민구 기자= "자기네들이 고소하면 끝까지 고소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 내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 줄 생각이 없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7일 이맹희ㆍ이숙희 씨 등 형제간 유산소송에 대해 메가톤급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발언은 그동안 유산소송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던 이 회장이 던진 첫 공식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월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누나 이숙희씨가 7100억원대에 달하는 선대 이병철 회장 유산을 나눠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가(家) 소송'이 집안 싸움인데다 자칫 이건희 회장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날 "한푼도 줄 수 없다"고 했고 "헌법재판소까지 가겠다"며 포문을 열었다.강성발언을 해 소송을 타협하지 않고 정면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때 재산을 이미 나눠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가지고 있다"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선대 이병철 회장이 물려준 유산이 이건희 회장 개인이 아닌,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것인데 이를 마치 이 회장이 가로챈 것처럼 여기는 형제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대목이다.

그는 또 필요하면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며 "상대가 안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어느 한쪽이 소송을 취하하거나 양쪽 입장을 절충해 결론을 내는 조정결정 대신 승패가 결정되는 법정 '선고'를 통해 이번 소송이 끝날 전망이다.

결국 유산 소송을 놓고 삼성가(家)간의 분쟁이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처럼 강경모드로 돌아선 데에는 유산소송에 열쇠를 쥔 '친(親)이건희 라인'인 이 회장 큰 누나 이인희 한솔 고문과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송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꼽고 있다.

만일 이인희 고문과 이명희 회장이 삼성가 소송에 참여할 경우 이건희 회장은 홀로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인희 고문과 이명희 회장이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아 이건희 회장은 심적 부담을 줄이고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이맹희, 이숙희씨외에 고(故)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 가족(조카며느리와 손자)이 지난달 28일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000억원대 주식 인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소송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이번 소송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소송 문제는 나중에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이건희 회장은 물론 삼성그룹 경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소송문제를 모두 털고 가는 '정공법'을 구사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또한 이 회장이 소송에 대비해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한 점도 작심발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측은 스타급 변호사로 구성된 연합군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들 연합군 소속은 각각 국내 5대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그리고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법연수원 10기로 태평양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강용현 변호사부터 사법연수원 24기 홍용호 변호사까지 40~60대 베테랑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변호인단 6명 중 4명이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이다.

이에 비해 소송 원고측인 이맹희씨와 이숙희씨는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화우가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소송 내용과 성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변호사들을 소속 로펌에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선임했다"며 "이들 변호인단이 전문분야와 실무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 회장은 소송을 승리로 이끌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소송이 유산 금액 뿐만 아니라 삼성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이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삼성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데 삼성생명 지분 20.7%를 보유, 최대주주로 있는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서 패해 지분율이 낮아지면 2대 주주 에버랜드(19.34%)가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회장의 작심발언이 소송이라는 '극약처방'을 피하고 극적 타결을 보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소송을 통해 이길 수는 있겠지만 삼성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대기업 개혁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며 "막판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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