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팀서 15년, 특성화고로 가더니…

대기업 인사팀서 15년, 특성화고로 가더니…

정진우 기자
2012.07.10 06:12

[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3>평촌경영고 취업지원관의 '우수 취업가이드'

↑ 평촌경영고 전경ⓒ정진우 기자
↑ 평촌경영고 전경ⓒ정진우 기자

'한국전력(59,800원 ▼300 -0.5%)사무직 4명 합격, 삼성·한화그룹 고졸공채 합격,기업은행(26,150원 0%)·우리은행 등 은행권 다수 취업'

정부 과천청사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평촌경영고(옛 안양평촌정보산업고). 취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학교 정문 주위를 가득 채웠다. 입구엔 취업 명문 특성화고임을 알리는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마크도 붙어 있었다. 이 학교는 정부가 인정한 '고졸취업 우수학교'다. 20%에 머물던 취업률이 1년 새 60%대까지 올라서다.

평촌경영고가 이처럼 잘나가는 비결은 '취업지원관'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직업상담사와 전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등을 취업지원관으로 채용해 대학이나 특성화고에서 진로 및 취업 지도를 하게 했다. 현재 전국 500여 개 학교에서 600여 명의 취업지원관이 근무하고 있다.

1년 만에 취업률을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린 이 학교 취업지원관 이진욱 교사는 대기업 인사팀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2007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을 공부하다 지난해 초 평촌경영고에 취업지원관으로 부임했다.

이 지원관이 온 이후 평촌경영고의 취업률은 쑥쑥 올라갔다. 2010년 23.6%였던 취업률이 지난해엔 69.4%까지 상승했다. 이 지원관은 취업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모아 취업인재반을 만들었다. 취업에 관한 정보제공은 물론 심층 상담을 통한 개인별 맞춤 지도를 했다. 진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적성 계발을 돕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의 잠재된 소질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멘토 역할도 자임했다.

↑ 이진욱 평촌경영고 취업지원관ⓒ정진우 기자
↑ 이진욱 평촌경영고 취업지원관ⓒ정진우 기자

"특성화고 학생들은 취업이냐 진학이냐를 놓고 3년 내내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방향을 제대로 정하고 준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정보와 유망한 직업을 소개해 주는 작업부터 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빠른 취업'보다 '바른 취업'을 강조했다. 고교생들의 취업이 주도적으로 이뤄지기보다,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이다. 올바른 취업을 위해 학생들의 적성이 무엇이고, '진짜 취업하려는 이유가 뭘까'를 수 십 번 고민하도록 했다. 이후 학교의 상황을 가감 없이 파악해 적합한 취업 설계를 했고, 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발굴해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협력 기관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도 했다.

"취업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여러 과정 중 하나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결코 취업만이 삶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며, 행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취업을 강요나 사회의 시선으로 선택하는 것도 옳은 게 아니라고 강조했죠."

이 지원관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취업지원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 취업지원관의 역할과 업무 범위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 1년 단기 계약직으로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고용이 불안한 탓에 장기적인 방향에서의 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얘기다.

"학교와 취업지원관이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상호 이해와 협력에 관한 충분한 공감을 이뤄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의 취업에 대한 비전과 미션을 정립하는 과정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범정부적으로 고졸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부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졸 채용이 사회적인 이슈가 아닌 사회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어야 합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기술과 능력이 있으면 선진국처럼 사회적 대우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지원관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기보다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곳으로만 관심을 갖는 건 문제라는 것. 취업이 자신의 행복과 일치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내가 '왜?' 취업을 하려고 하는지 진지한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취업하려는 회사를 '왜?' 선택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대답을 찾은 후에 '어떻게?'라는 방법을 찾는 게 순서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만 생각하기 때문에 막상 취업한 후에는 '왜?' 근무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이 흐려집니다. 자신의 방향에 대한 목표의식을 저학년 때부터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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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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