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범죄행위는…"
지난 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정 총리의 발언은 강했다. 원전 비리가 불거진 직후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질책한 것과 맞닿아 있다. 정 총리는 "원전 산업계의 누적된 폐쇄적 운영구조와 뿌리 깊은 순혈주의, 견제와 균형이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실히 바로 잡겠다"고 했다.
이번 원전가동중지 파문의 시발점으로 '집단'을 지목한 셈이다. 원전 업계에선 이 집단을 '원전 마피아'로 부른다.
원자력 관련 고위직은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2~3개 명문대 출신이 도맡고 있다. 분야 특성상 인재가 적어 이들은 쉽게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다. 끈끈한 대학 선·후배 관계다 보니 견제와 균형보단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데 익숙하다.
물론 훌륭한 인재의 집합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면 그만한 조합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컸다. 최악의 조합이었다.
특히 '그들만의 리그'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지난해 원전 부품 비리가 불거졌을 당시 원자력 감시기관이 4만5000개 부품을 모두 조사했지만 추가 적발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내용을 보면 비리는 계속됐다. 제보가 없다면 좀체 그들만의 속을 들여다보기도 힘들다.
문제는 이들의 손에 원전이 달려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전력의 약 25%(2071만5000㎾)를 차지하는 그 원전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멈춘 원전만 3기. 6개월 뒤에야 가동이 가능하다. 이에따른 추가 전력생산비용만 최소 2조원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여름 전력 수급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들만의' 집단이 만들어낸 파국인데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다.
돌이켜보면 옆나라 일본도 원전 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꼽힐 정도다. 이 사고의 원인은 규모 9.0의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 즉 천재지변이었다.
독자들의 PICK!
반면 2013년 여름, 한국 원전 사고는 다르다. 앞으로 더 큰 사고가 터진다면 그 원인은 '원전 마피아'에 의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다지만 인재는 막아야 한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더라도 털 것은 털어야 한다. 원전 마피아의 뿌리를 뽑지 못해 터질 재앙을 생각하면 눈앞의 전력난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