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열린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26회 언급할 동안 '경제민주화'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 경제민주화법이 대거 통과되면서 법적 토대가 만들어진데다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제활성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는 후보시절 '복지'와 함께 공약의 머릿글자로 위상을 자랑했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대기업의 부당경쟁행위를 제한하는 한편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인 협력업체들의 사업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법으로 정비됐다.
핵심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여야간 치열한 공방 끝에 부당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총수나 총수일가를 직접 처벌토록 했다.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연말엔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턱걸이 통과했다.
법제화와는 달리 정부 구호 내에서는 경제민주화의 지위가 축소 일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부터 이미 경제민주화가 빠졌다. 대기업을 지나치게 자극하며 경기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됐다.
경제민주화가 선거용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후 경제민주화법 작업이 속도를 더하면서 이런 비판은 수그러들었다.
상반기 입법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민주화 입법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하면서 경제민주화 작업은 정부 우선순위에서 사라졌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경제민주화는 언급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도 작년 네 차례에 걸쳐 투자활성화대책을 내놓는 등 경제민주화보다는 활성화로 방향을 잡은 시점이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지표상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9%로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회복을 점치고 있다. 세제와 예산, 환율 등 각종 핵심목표의 전제조건도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성장이다. 경제민주화 구호에 집중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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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회견을 통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본격 시행은 정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이뤄냄으로써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방향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국회다. 당장 내달 임시국회에서부터 경제활성화 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을 놓고 여야간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축소 움직임에 대해 야권의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