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제기구 통계는 항상 정답인가

[기자수첩]국제기구 통계는 항상 정답인가

세종=박경담 기자
2016.10.21 08:43
박경담 증명사진
박경담 증명사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년 내놓은 우리나라 여성흡연율은 45.3%다. 당시 비교 대상 회원국 21개 나라 중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실제 여성흡연율은 7% 수준이었다. 남성과 여성을 혼동한 OECD 실무자의 어이 없는 실수였다. 통계청은 2013년 통계 오류를 발견한 뒤 OECD에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여성흡연율 통계는 2014년에야 정확하게 집계됐다.

OECD가 2012년 발표한 자살률 통계도 문제가 있었다. OECD는 인구 10만명 당 한국 자살률이 29.1명이라고 공표했다. 우리나라가 OECD에 제공한 28.1명보다 1.0명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초 작성한 소득분배 관련 보고서 초안에서 한국 소득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5%를 차지한다고 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스 피케티가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소득집중도 공식 통계 기준인 가구 단위 대신 개인 단위로 산출한 숫자다. 가구 단위로 계산하면 소득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22%다.

국제기구 통계는 우리나라가 경제·사회적으로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언론, 학계, 정부, 정치권 등 각계에서 국제기구 통계를 자주 인용·참고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권위와 공신력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실수나 기준 혼동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통계가 잘못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 비교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8월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통계 오용 및 왜곡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통계청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11월엔 국제기구 자료 제공 업무를 맡고 있는 각 부처 담당자 90명이 모인다. 하지만 대응책으로선 미흡하다. 국제기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골자로 한 개선방안은 사후 조치에 불과해서다.

사전 대응, 즉 국제기구 통계가 공표되기 전 잘못을 잡아내야 한다. 시차, 거리, 이메일에 의존한 소통 방식 등 물리적 한계에 대처하기 위해 OECD, IMF부터 우선 통계 전문가를 파견하는 건 어떨까? 현재 정부가 해외 대사관이나 국제기구에 보내는 313명 주재관 중 통계 전문가는 '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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