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방법원 판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대화가 한바퀴 돌자 그는 음주운전 처분 얘기를 꺼냈다. "요새 단속에 걸려 즉결심판에 넘어온 이들 중에 처벌을 높여 징역형을 원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였다.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트럭 행상처럼 차량운행이 목숨줄인 하루벌이 자영업자들은 면허취소와 벌금 대신 징역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내달라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대할 때면 오죽 다급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 들어 경기지표상 수출과 생산이 늘면서 불황 탈출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골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창업 후 5년 안에 가게를 접는다. 가게 수입으로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연 지 몇 달 안에 폐업하는 이들도 10명 중 4명에 달한다.
실업률은 구직을 포기한 20·30대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올 4월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보다 2.5%포인트 올랐다. 취업준비생이나 공무원시험준비생을 뺀 숫자가 이 정도다.
실업과 실직으로 내몰린 이들이 줄줄이 '치킨집'을 내면서 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27%까지 치솟았다. OECD 평균 15.8%를 두 배 가까이 웃돈다. '실업·실직→창업→자영업 경쟁 심화→폐업'의 벗어나기 힘든 고리가 굳어진 지 오래다.
불황이 오래되니 사람들도 지표가 좋아졌다는 뉴스와 맨몸으로 부딪히는 현실이 다르다는 건 안다. 정부를 탓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만 나랏님이라도 욕하고 보는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이제 걸음마를 뗀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밀고 나갈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취임 이후 지금까지 끊김없이 서민 정치인의 삶을 살아온 것은 안다. 음주운전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우리의 대통령이 '차라리 호적에 빨간줄'을 자청하는 음주운전 너머의 사정을 헤아리는 지도자가 돼주길 바라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