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상생’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실제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다 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고 고치라고 한다.”
지난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관한 ‘프랜차이즈 자정실천안(이하 자정안) 발표회’에 참석했던 한 가맹본부 대표는 “차라리 처음부터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협회의 자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봤다”면서도 일부 내용이 미흡하다고 했다. 특히 △판촉·점포환경 개선비용 분담 기준 △필수품목 지정 최소화를 위한 기준△가맹점 피해보상 공제조합 설립 방안 등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좋게 말해 ‘행정지도’고, 나쁘게 말하면 ‘압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실상 ‘지시’를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지난 7월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방안’이 있지만 법률 개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자발적’이라는 표현에 목을 매는 까닭이다. 하지만 협회가 내놓은 일종의 ‘모범규준’인 자정안은 태생적으로 자발적일 수 없다. 정상적인 시장경제라면 정부가 민간에 개입할 때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모범규준은 법적 근거 없이 단지 김 위원장의 소신과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법으로 모든 것을 규율하기 힘든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에 ‘모범규준’을 요구했다. 그러므로 모범규준에는 공정위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표가 담겨야 한다.
그러나 모범규준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정작 모든 책임은 정부의 요구대로 모범규준을 만든 민간 업계가 져야 한다. 정부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발상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은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제대로 된 법과 원칙,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김 위원장이 그토록 원하는 ‘되돌이킬 수 없는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 아무리 목적이 훌륭하더라도 절차상 흠결이 있다면 바로 잡고 가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