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朴정부 실패 데자뷔?

위기 맞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朴정부 실패 데자뷔?

세종=권혜민 기자
2020.01.12 14:09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 사진=유영호 기자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 사진=유영호 기자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과제 '사용후핵연료' 해법을 찾기 위한 대국민 공론화 작업이 위기를 맞았다. 시민사회계 전문가들이 "재검토 과정이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집단 이탈을 선언하면서다. 이들이 불참할 경우 일부 위원의 중도 사퇴로 논란이 일었던 2016년 '반쪽 공론화'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검토그룹 참여자 11명은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와 지난 10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맹목적 공론화 일정을 중단하라"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김수진 충북대 특별연구위원,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등이 동참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연소)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봉이다. 강한 방사선을 배출하기 때문에 길게는 100만년간 격리해 보관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관리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2016년 마련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론화를 추진해 왔다. 재검토위는 전국민·지역 공론화 전 첫 의견수렴 절차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문가 34명으로 전문가 검토그룹을 구성했다.

29일 오후 서울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재검토위는 국민과 지역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중립적 전문가 15명으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5.29/사진=뉴스1
29일 오후 서울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재검토위는 국민과 지역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중립적 전문가 15명으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5.29/사진=뉴스1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포화전망, 기술 수준, 관리원칙, 정책 결정 체계 등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게 목적이다. 논의 결과는 향후 재검토위가 작성할 대정부 정책권고안에 전문가 의견으로 포함되고, 전국민과 지역 의견수렴과정에서 숙의 자료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이 중도 하차를 선언하면서 전국민·지역 공론화 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검토위는 이미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추후 절차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을 마냥 배제한 채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긴 어렵다고 보고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아직 전문가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분씩 접촉해 설득에 나설 것"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의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016년 7월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일부 위원이 중도 사퇴하는 등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문재인정부 들어 공론화 작업을 새로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이 이탈한다면 이번에도 반쪽 공론화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시민사회계는 재검토위 구성에 이해관계자 참여가 배제됐다며 반발해 왔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 맥스터(모듈형 저장소) 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 맥스터(모듈형 저장소) 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 중인데, 가득 차 포화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임시저장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중간저장시설, 영구 격리할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은 건식 96.51%, 습식 81.27%다. 지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허가했지만 이 역시 재검토위의 지역공론화 의견수렴 절차가 원만하게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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