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창고'에서 '최첨단 유통인프라'로...물류센터의 경제학⑤

"물류센터(창고)는 21세기의 탄광이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재 잇따른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물류센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강 교수는 "1970년대 이전에 가장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이 탄광"이라며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든 이후엔 물류창고에서 가장 많은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집단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가장 인명 사고에 취약한 곳"이라고 말했다.
택배 등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종사자가 크게 늘어나고,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장소의 위치나 지형, 창고의 설계상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류창고가 예전엔 흔치 않아서 관련 규정이 상세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입법을 새로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현재 물류창고를 지어놓은 이후 운영이나 관리에 대한 규정들이 미흡한 만큼 근로자 안전이나 시설물 관리에 대한 사항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물류센터와 관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무리한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단 처벌을 강화하면 사고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소규모 물류창고 등에 대한 적용은 우려된다'며 "무작정 입법을 하기보다는 기존 법률들을 범부처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검토하면 충분히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소방관들도 물류창고에서 화재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른 장소에 비해 훨씬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에서도 물류센터 관계자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에 나섰던 김동식 구조대장이 숨지면서 물류센터 사고의 또다른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소방차량의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아 고생한 적이 많다"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만든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물류센터나 창고안에 정말 물품이 있어 화재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번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면서 "현장 소방관들 입장에선 이런 화재는 매우 화재 진압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애당초 물류센터 공사단계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도 지난 4월 열린 산업안전보건포럼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물류사업의 특성상 물류창고는 최저가 입찰이나 공기단축, 설계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택배기사 과로사 주범으로 꼽힌 물류센터 분류작업의 경우 최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택배업무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매듭이 지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일명 '까대기'로 불리는 분류작업은 그간 관행적으로 택배기사들이 전담해 왔지만 택배기사들의 업무인지 아닌지부터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업무인 배송업무보다 분류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든다는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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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택배기사들은 오전엔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에 배송업무를 하지만 정부와 노조, 업계는 내년 1월1일부터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류작업은 택배사가 휠소터 등을 갖춰 택배물을 자동분류하거나 택배기사 2명당 전담 분류 인력을 1명씩 두는 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내 빅3 택배사 소속 서울 지역 택배기사인 A씨는 "그동안 택배기사들 입장에선 본업도 아닌 분류작업 때문에 개인적으로 알바까지 고용하는 사례도 많았다"면서 "분류작업이 제외될 경우 소화 가능한 배송량도 늘어날 수 있고, 과도한 업무로 생기는 과로사 같은 문제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