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할 때만 가스공사 탓? 민간도 LNG 비축해보라"[세종썰록]

"불리할 때만 가스공사 탓? 민간도 LNG 비축해보라"[세종썰록]

세종=민동훈 기자
2022.06.17 17:02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대구=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카타르에너지 부스에 전시된 LNG 운반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가스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 셸, 셰브론, 엑손 모빌, 영국의 BP, 일본의 미쓰비시와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가나, 인도 등 80여개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470개사가 참가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에 대해 논의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4/뉴스1
(대구=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카타르에너지 부스에 전시된 LNG 운반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가스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 셸, 셰브론, 엑손 모빌, 영국의 BP, 일본의 미쓰비시와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가나, 인도 등 80여개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470개사가 참가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에 대해 논의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4/뉴스1

#"한국가스공사(36,900원 ▼200 -0.54%)는 비싼 현물을 사더라도 전혀 이윤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냥 원료비에 저장탱크와 파이프라인 비용만 추가해서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가스공사의 영업실적이 고가의 현물을 들여와서 좋아진 것처럼 악의적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연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자 17일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직접 개인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가스공사가 국내 LNG(액화천연가스) 수요예측에 실패해 스팟(단기 현물매매) 도입물량을 과도하게 늘려 물가 상승기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세계 최대 LNG 수입업체이자 국내 수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야 할 만큼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올 1월 가스공사가 수입한 LNG mmbtu(열량 단위)당 평균 가격은 통관가격기준으로 24.46달러로, 민간 직수입 업체의 평균 수입가인 11.93달러의 2배를 웃돌았다. 올 1분기 전체를 놓고 보면 민간업체는 12달러 수준 가격에 LNG를 들여왔는데 가스공사(20달러)의 60%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선 가스공사가 이른바 '호구' 노릇을 했다고 비판한다.

일단 해당 수치만 보면 세계 LNG시장 큰손인 가스공사가 수입량도 미미한 민간업체에 비해 2배나 비싸게 사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 의원실 자료엔 함정이 있다. LNG 통관가격은 장기계약과 현물가격이 합산된 가격이다. 최근과 같은 고유가 시기엔 현물가격이 장기계약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동일한 시기를 기준으로 장기계약은 장기계약끼리, 스팟가격은 스팟가격끼리 비교해야 정당하다. 단순히 통관기준으로만 비교하면 현물도입 물량의 절대규모가 많은 가스공사의 평균수입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엔 국내 가스수급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가스공사와는 달리 가스수급 관리 의무가 없는 민간수입업체의 경우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즉 LNG가격 급등기에 민간업체들은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대신 부족한 물량은 가스공사로 부터 도입받는다. 가스공사의 경우 국내 공급의무가 있는 탓에 비싸더라도 물량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LNG가격이 낮은 시기엔 민간의 직도입이 급증한다.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의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수급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오르자 가스공사는 단기수요전망을 수정해가며 현물도입량을 늘렸다. 그런데 올해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이에 가스공사의 현물도입 부담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20년 동북아 LNG 현물가격이 MMbtu당 평균 3.83달러일 당시 민간업체들은 전년보다 215만톤 증가한 916톤(비중 23%)을 수입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3일 오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2 대구 세계가스총회 성공다짐행사'에서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3일 오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2 대구 세계가스총회 성공다짐행사'에서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당시 가스공사는 되려 292만톤 줄어든 3082만톤(물량비중 77%)을 들여왔다. 그런데 2021년 연평균 가격이 15.04달러로 뛰자 상황이 바뀌었다. 민간업체들은 수입량을 전년보다 58만톤 줄였다. 부족한 물량은 가스공사가 담당한 까닭에 653만톤 증가한 3735만톤을 수입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도입량의 81%에 해당한다. 국내 LNG 수급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비싼값을 치르더라도 현물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LNG 비싸게 샀다고?…가스公 "우크라 사태 누가 알았나")

가스공사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맹점이 있다. 가스공사의 LNG 도입 협상력은 자타공인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국내 물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지난해 기준 연간 3735만톤을 수입했다. 단일기업 기준 세계 1위 도입량이다. 즉 '빅 바이어(Big buyer)'로서 가격 흥정시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LNG 시장에서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이든 현물가격이든 오퍼를 할때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가스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메이저기업들이 현물가격오퍼를 할때 가스공사에는 JKM(한국일본에 수입되는 평균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하지만 다른 한국의 발전사에 대해서는 JKM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퍼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가스공사가 동일한 시점에서 장기계약이든 현물계약이든 오퍼를 받는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받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시세가 저렴하게 형성됐을 때에도 이를 민간이나 발전자회사가 아니라 가스공사가 대신 들여왔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보다 싼 가격으로 들여왔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가스공사를 둘러싼 LNG 도입가격 논란은 가스산업에 있어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운다. 채 사장은 "만일 가스공사가 현 시점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계약물량 중 일부만이라도 해외시장으로 돌려서 팔 경우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고 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는 " 공공성과 수급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가스공사는 그렇게 이윤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현행 가스수급 구조의 맹점을 이용한 민간수입업체의 체리피킹의 지속은 LNG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도입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간업체에서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고 충분한 재고를 비축하는 등 수급책임을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가스공사의 주장도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이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