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신약 디스카운트③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한국 회사들이 처음부터 신약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는 아직 시기 상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한발짝씩 가다보면 머지 않은 장래에 가능하리라고 믿습니다."
안해영 안바이오컨설팅 대표는 한국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허가 문턱을 넘기기 힘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임상부터 최종 출시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허가당국인 FDA와의 꾸준한 소통 경험이 쌓여야 신약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이 목표인 한국 제약·바이오업계 특성 상 이 같은 경험 축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소통 경험이 부족하니 FDA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신약 허가 결정을 내리기 까지의 의사결정 과정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안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FDA 부국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990년부터 미국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임상약리학국에서 근무했고 2006년 FDA 부국장에 임명돼 2017년 임기를 마쳤다. 현재 한국 제약·바이오사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돕는 컨설팅업체 안바이오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다. FDA 허가에 도전하는 한국 신약의 한계와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안 대표는 신약 개발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FDA가 눈여겨 보는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안 대표는 "FDA는 15년전에 TPP(Target Product Profile)에 대한 가이던스를 발표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회사들에게 신약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TPP 란 임상 개발 초기 단계 (pre-IND 단계) 부터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이자 목표인 '라벨링'을 염두에 두고 신약 개발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한 FDA와의 꾸준한 소통이 신약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비결로 제시됐다. 그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FDA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조언을 받는 것이 성공적인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신약 개발사들은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릴 여력이 충분치 못해 긴 시간 FDA와 소통하며 그들의 신약 허가 문법을 체득할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투자를 받아서 신약 개발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신약 개발을 끝까지 완주 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임상 1상 전후로 기술수출을 하는 것이 목표다"며 "기술수출이 목표이다보니 신약 개발에 대한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큰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면, FDA의 벽을 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1만8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규제 기관 FDA의 심사관들과 소통하며 FDA의 신약 허가 문법을 이해할 방법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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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가 임상 승인 신청 전 사전상담(Pre-IND meeting) 제도다. 안 대표는 "사전상담 제도는 회사가 자사의 신약 후보 물질을 FDA에 소개하며 FDA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이 제도를 유용하게 사용하면 FDA 심사관 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FDA 심사관들은 특정 신약의 심사를 끝까지 하기에 한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추후 또 다른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할 때나 최종 신약판매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때까지 그들이 중요하게 들여다 보는 부분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 안 대표는 "때문에 신약 개발사 내부의 임상, 제조, 품질 등 각 분야 담당자들도 바뀌지 않고 같은 사람이 같은 심사관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DA 주관 행사 참석도 FDA 심사관들과 소통할 핵심 창구로 언급됐다. 안 대표는 "매년 FDA가 주관하거나 후원하는 컨퍼런스와 워크숍들이 있고 여러 FDA 심사관들이 발표를 하거나 참석한다"며 "이 같은 행사에 참석해 공통 관심분야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쌓으면 공동 연구를 포함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 대표는 "개인적 이야기지만, FDA에 몸담고 있던 시절 컨퍼런스에서 인재들을 만나 여러 심사관들을 FDA에 고용한 경험도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심사관들과의 소통을 위한 적극적 태도를 강조했다. 안 대표는 "아무래도 영어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회사들이 직접 미팅에 참석해서 FDA 심사관들과 의논하기 보다 임싱시험수탁기관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가 늘 회사분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주인의식을 갖고 FDA와의 미팅에 적극 참여하라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꼼꼼한 미팅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