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7)황아귀

"첫 판부터 장난질이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2006년 개봉한 한국영화 '타짜'만큼 명대사와 명장면, 그로 인한 패러디가 넘쳐나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영화 '타짜'가 15년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소비되는 비결 중 하나는 배우 김윤석이 열연한 메인 빌런 '아귀'의 매력 덕이다. 실제 생선 '아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 '타짜'의 '아귀'를 보면 어떤 생선인지 상상이 가능할 정도다. 그만큼 캐릭터로서의 아귀와 김윤석의 연기는 바닷 속 최상위 포식자 생선 '아귀'를 잘 살려내고 있다.
아귀는 만나면 손 하나, 귀 한 쪽이 사라진다는 영화 속 설정처럼 한때는 '잡히면 그날 일진이 사나운' 불운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찜과 탕, 수육 등 조리법이 알려지면서 오늘날 요리 한접시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명실상부한 고급 식재료로 자리잡았다.

우선 아귀의 명칭부터 짚고 넘어가야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아귀'라고 알려진 물고기의 정확한 이름은 '황아귀'(Lophius litulon)다. 아귀는 전 세계에 200여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아귀 △황아귀 △용아귀 등 3종이 발견됐다. 다만 우리나라 인근 바다에서 잡히고 국내 시장에서 '아귀'로 유통되는 생선의 대부분은 황아귀라고 한다. 그냥 아귀는 황아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체형이 조금 더 둥글고 길이는 짧다. 또 입 안에 무늬가 있는 것이 황아귀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황아귀는 커다랗고 둥그런 체형에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 생선을 유인하는 돌기 등 한마디로 흉측하게 생긴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외모 덕에 한때 어선에 황아귀가 잡혀 올라오면 "재수없다"는 말이 절로 나왔고 차마 식용으로 쓰거나 판매할 엄두가 나지 않던 탓에 잡히는 즉시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때 육중한 체구가 바다에 떨어지면서 '텀벙'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황아귀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비늘이 거의 퇴화됐고 젤라틴질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 젤라틴 껍질 탓에 표면이 미끄럽고 머리 쪽 가시가 많아 손질이 까다로운 생선이다. 황아귀는 우리나라 연안부터 먼 바다의 바닥에서 서식하는 어류로 유인돌기로 끌어들인 먹이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바닷 속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황아귀는 연안의 경우 산란기가 시작되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주로 자망, 새우조망, 정치망 등으로 잡고 근해에서는 연중 대형트롤이나 저인망어선으로 잡힌다. 황아귀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는 산란기가 끝나는 여름부터 가을이다.

그동안 잡히는 즉시 바다에 버려졌던 황아귀가 우리나라에서 본격 소비되기 시작했던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남 마산(현 창원)에 있던 한 식당에서 말린 황아귀 살에 고춧가루와 콩나물, 대파, 다진마늘, 된장 등을 넣어 찜을 만들면서 별미 아귀찜이 탄생했다.
또 인천 용현동에선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기 값이 싼 황아귀 선어를 이용한 탕을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던 것을 시작으로 '물텀벙이 거리'가 생겨났다. 끓는 물에 무를 썰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 뒤, 싱싱한 황아귀의 살과 간을 넣고 한소끔 끓여 콩나물과 미나리, 소금간으로 마무리하면 훌륭한 해장국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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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살 생선답게 수육으로 즐기는 황아귀도 일품이다. 된장을 넣어 삶거나 찐 아귀수육은 미나리, 콩나물 등과 한께 먹으면 황아귀살 본연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아귀수육은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들도 적은 자극으로 즐길 수 있는 고급 음식 중 하나다.
황아귀는 자연에서 어획되는 양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3년 이상 키워야 상품성이 있는 탓에 양식에 부적절한 생선이다. 아귀류는 식용으로 본격 소비되기 시작한 1970년 대에는 연간 3000~4000톤(t) 가량 잡혔고, 1980년대는 연간 생산량이 7000~8000톤으로 늘었다가 1990년대 3000톤으로 내려왔다. 이후 2003년부터는 매년 1만톤 이상이 잡혀 유통되고 있다.
감수: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