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엇이 대형병원 간호사를 죽였나②

101%→94.2%→74.1%→38.2%→28.1%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레지던트) 충원율이다. 지난 2018년 206명 정원에서 208명 전공의를 충원했던 소아청소년과는 올해 203명 정원에서 57명 전공의를 충원했다. 5년 새 충원율이 4분의 1로 급락했다.
비단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흉부외과·산부인과 등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필수의료과 인원 충원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졌다. 교수가 직접 병원 당직 근무를 서며 버티는 등 의료 현장에서는 "어항에 물이 다 빠졌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충원율은 100%를 채우지 못했다. 소아청소년과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정규 정원 1024명에서 689명을 확보했다. 2022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8.1%로 처음으로 30% 이하를 기록했다.
흉부외과는 올해 48명 정규 정원에서 23명 전공의만 확보했다. 충원율이 47.9%로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평균 충원율은 57.7%다. 산부인과 역시 올해 143명 정원에서 115명 전공의를 확보하며 80.4% 충원율을 기록했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A(35)씨는 "아기를 특별히 좋아해서 소아청소년과에 가고 싶어 하는 의사가 있긴 하지만 주변에서는 '왜 굳이 거기를 가느냐'며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후반기 전공의 지원 현황에서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2022년 후반기 이른바 '빅(Big)5' 병원의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산부인과는 모집 정원이 15명이지만 지원자는 4명에 불과했다. 소아청소년과는 빅5 병원에서 21명을 모집했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한 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흉부외과는 11명 정원에서 5개 병원을 다 합해도 지원자가 '0명'이었다.

전공의 충원율이 높아도 세부 전공에서는 의사가 부족한 과목도 있다. 신경외과가 대표적이다. 올해 신경외과는 101명 정원에서 101명을 선발했다. 충원율이 100%다. 그러나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에서 뇌혈관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비중은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85개 전공의 수련 병원에서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의사 수는 133명이다. 한 곳의 수련 병원에서 최소 2명의 숙련된 개두술 의사가 필요하므로 170명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가 단 두 명밖에 없어 간호사가 수술받지 못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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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산술적으로 한 해 20명 채 안 되는 뇌혈관 분야 전문가가 배출된다"며 "적재적소에 의료 인력을 배치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밝혔다.
전공의 충원이 안 되는 이들 필수의료과는 교수가 직접 병원 당직 근무를 서며 버티고 있다. A씨는 "외과에서는 고령의 교수가 야간 당직을 서는 게 일상화됐다"며 "일부 병원에서는 교수가 '무조건 당직 근무 하루 빼줄게'라는 식으로 지원자를 붙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도 "나도 지금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선다. 교수들이 번갈아 가며 겨우 돌아가게 한다"며 "후배 전공의에게는 곧 자신의 미래인데 이 모습을 보면 지원하고 싶어지겠나"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3년 전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70~80%였을 때 들어온 전공의가 올해와 내년부터 나가기 시작한다"며 "70% 전공의가 없어지면 그 구멍을 누가 메우겠나. 병원에서 환자 진료량이나 응급실 운영부터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상황은 심각하다. 어항에 물이 다 빠져버렸는데, 곧 전국적으로 무너지고 사고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