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덜 내고 더 받고 싶다"…준조세 건보 '사회적 합의' 먼저

"누구나 덜 내고 더 받고 싶다"…준조세 건보 '사회적 합의' 먼저

안정준 기자
2022.09.09 10:20

[MT리포트]7년뒤 건보재정 붕괴⑥.끝.

[편집자주] 앞으로 7년뒤,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이 전액 고갈된다. 18년 뒤엔 건보 누적 적자가 국가 한해 예산규모를 넘어선 680조원에 육박한다. 건보는 국가 지원금과 건보료라는 두 개의 날개로 지탱되는데 둘 다 흔들린다. 지원금이 없으면 건보재정은 당장 적자로 돌아서지만 일몰조항 탓에 자칫 내년부터 지원금이 끊긴다. 건보료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함께 들어갈 곳은 한없이 늘지만 더 들어올 곳은 제한적이다. 당장 대수술이 필요한데 '누구나 덜 내고 더 받고 싶은' 속성 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붕괴 신호가 온 건보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붕괴신호가 들어온 국민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풀 해법은 발등의 불인 정부 지원금 일몰을 연장하는 한편, 지원금 규모 확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 우선 순위다.

그다음 건보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건보료율 상한선을 상향하는 등 방법을 찾고,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에 수가 우선순위를 두는 등 지출 최적화에 나서야 한다는게 의료계와 보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모두 국민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건보료 조정에 손을 대는 일이라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붕괴 시간표가 나올 정도로 건보재정 개혁이 시급하지만, 서두르다 자칫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개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속도와 섬세함 모두 챙겨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정부 지원금 문제 해소를 위해 제시된 대안 중 하나는 지원 규모 확대다. 이를 위해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밑도는 지원 비중을 실제 20%로 끌어올리는 방안과△20%로도 부족하니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자는 방안이 보건의료계에서 나온다. 지금도 건보재정이 흔들리는데다 앞으로 초고령사회로의 이행 속도가 빨라져 건보 지출이 늘어날 경우까지 대비하자는 차원에서다. 일본과 프랑스 등 주요국 지원비중과 비교해도 한국이 크게 낮다는 점도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이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둘 경우, 추후 건보재정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려 지원금 규모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국가 재정건전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민 세금을 통한 지원이어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백형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지원금을 늘린다는게 세수를 늘리는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로 접근할 수 있다"며 "세금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다른 곳에 쓸 것을 아끼고 국민 건강을 위해 좀 더 배분을 해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보 수입 자체를 늘리기 위해 직장인 건보료율 상한선을 8%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 부과될 직장인 건보료율이 7.09%이니 상한인 8%까지 1%포인트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4년 뒤엔 상한인 8%에 도달할 수 있다. 고령화와 필수의료 수가 확대 등으로 앞으로 건보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미리 상한선을 끌어올려둬야 한다는 것.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65세 이상 의료비가 65세 이하의 4배인데, 이대로 가면 건보재정이 감당하지 못하는 시점이 분명 온다"며 "건보료율 상한선 관련 법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국민부담률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상한선을 올려선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미 국민부담률(GDP에서 세금과 건보·고용보함 등 4대 보험이 차지한 비중) 상승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른 상태라는 것. 준조세 성격의 건보료는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게 바람직하며 국민 가운데 일부는 건보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불필요한데 소모되는 건보비만 줄여도 재정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MRI촬영이나 백내장 수술 등 낭비적 소비만 줄여도 재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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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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