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7년뒤 건보재정 붕괴④

정부는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6.99%에서 내년 7.09%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건강보험료율은 사상 처음으로 7%를 넘어섰고 이제 법정 상한선인 8%까지 1%포인트가 채 남지 않게 됐다. 붕괴 위기에 놓인 국민건강보험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상이다. 준조세 격인 건보료가 오르며 당연히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이처럼 국민 부담을 담보로 '건보 구하기' 작업이 진행되지만 엉뚱한 곳에서 돈이 샌다. 대표적 사례가 '의료쇼핑'이라는게 보건의료계 지적이다.
의료쇼핑이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빈 틈을 노려 일부 환자들이 싼 가격에 쇼핑하듯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과잉진료 받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한 40대 남성은 수도권 지역의 치과만 166곳을 다녔다. 총 방문횟수는 200회. 단순한 만성 치주염 치료가 명목이었다. 이 남성이 이렇게 쇼핑하듯 과잉진료를 받는 동안 건보재정에서 흘러나간 금액은 437만원이었다.
이 남성의 사례는 보건복지부의 과도한 의료기관 방문 실태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또 다른 수도권 거주 20대 남성은 복합통증증후군을 명목으로 지난해 140여 군데 의료기관을 총 570회 이상 방문했다. 이 환자는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대전과 대구, 광주 등 전국의 병원을 주로 방문했다. 지난해 364일을 병원에 간 40대 남성도 있었다. 42개 의료기관에서 2000번에 육박하는 진료를 받았다. 명목은 '통증 완화'였다.
지난해에만 병원에 500번 넘게 간 사람이 532명이었다. 150번 이상 간 사람은 18만9224명이었다. 이같은 방문 횟수는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이중 상당수가 의료쇼핑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 건보 누수 사례들인 셈이다. 한국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OECD 평균인 5.9회의 2배를 넘어선다.
의료쇼핑 심화는 '문재인 케어'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는 미용, 성형 목적 등을 제외하고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한 제도다. 기존에 건보 지원이 안되던 항목에 보험금을 지급해 환자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과잉 진료가 늘고 건보 재정이 과다 지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최근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항목의 이용량이 예상보다 급증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다. 2018년 10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보장이 적용된 뇌·뇌혈관 MRI 재정지출은 지난해 2529억원으로, 원래 목표였던 2053억원을 476억원 초과해 집행됐다.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지출도 499억원 목표를 넘어 685억원 집행됐다. 고가 진료가 건보에서 지원되니 환자가 쇼핑하듯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의사 역시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더라도 수가가 높으니 검사를 적극 권하게 된다. 제도의 부작용을 타고 벌어지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기존 급여화 항목을 중심으로 과다하게 이용되는 부분을 재점검해 재정 누수가 없는지 살펴보고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간 500일 이상 외래 이용자가 증가하는 과다 의료이용 현상,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급여 이용량 증가와 민영 실손의료보험 간의 관계도 따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