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 병원 갈 일 늘어 나는데…꽉 막힌 건보 수입

늙어가는 한국, 병원 갈 일 늘어 나는데…꽉 막힌 건보 수입

박다영 기자
2022.09.09 09:50

[MT리포트]7년뒤 건보재정 붕괴③

[편집자주] 앞으로 7년뒤,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이 전액 고갈된다. 18년 뒤엔 건보 누적 적자가 국가 한해 예산규모를 넘어선 680조원에 육박한다. 건보는 국가 지원금과 건보료라는 두 개의 날개로 지탱되는데 둘 다 흔들린다. 지원금이 없으면 건보재정은 당장 적자로 돌아서지만 일몰조항 탓에 자칫 내년부터 지원금이 끊긴다. 건보료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함께 들어갈 곳은 한없이 늘지만 더 들어올 곳은 제한적이다. 당장 대수술이 필요한데 '누구나 덜 내고 더 받고 싶은' 속성 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붕괴 신호가 온 건보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정부 재정지원금 외에 건보 재정을 지탱하는 건강보험료 수입도 문제다. 현행법에 따라 직장인 건보료율 상한은 월급의 8%로 정해져 있는데 오는 2026년이면 상한에 도달한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 구조 변화는 재정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든다. 노인 인구는 의료 이용이 많아 건보 재정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건보 재정에서 나갈 돈은 많아지는 반면 들어올 돈은 적어지고 있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내년 건보료는 올해보다 1.49% 인상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율은 7.09%가 된다. 건보료율이 월급의 7%를 넘어서는 것은 2000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후 처음이다.

지난 15년간 정부가 투입한 75조원의 지원금을 제외하고 건보 수입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건보료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법은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율을 월급의 8%로 제한한다. 내년 건보료율이 7%를 넘어서면서 앞으로 올릴 수 있는 범위는 1%포인트 이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6년이면 건보료율이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더 올릴 수도 없다. 직장가입자는 월급에만 건보료를 매기지만 지역가입자는 월급, 주택·토지, 자동차에 건보료를 내왔다. 정부는 그간 과도하게 부과했던 점을 고려해 이달부터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평균 20% 인하한다. 이로 인해 건보 수입은 오히려 연간 2조원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을 늘리기 어려우니 건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회 구조상 불가능하다. 고령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이면 전체 국민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노인은 의료 이용이 많기 때문에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이들의 진료비·약품비로 쓰는 건보 재정 지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진료비는 지난 2012년 16조원에서 지난해 39조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진료비도 48조원에서 93조원으로 덩달아 늘었다.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건보 재정 문제는 결국 인구 구조 문제로 이어진다"며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이는 건보료를 부담할 사람은 줄어들고 의료 수요는 커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수입을 늘리지 못하고 지출이 끝없이 늘어나는데 재정 누수 현상까지 나타난다. '문재인 케어'로 급여화된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등의 이용량이 예상보다 급증한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MRI와 초음파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한 이후 MRI·초음파 이용량이 연평균 10% 늘었다. 지난해 뇌·뇌혈관 MRI 재정 집행률은 123.2%(2529억 원)로 지출 목표치인 연 2053억원을 초과했다.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재정 집행률도 132.7%(685억 원)로 목표치 499억원을 뛰어넘었다.

앞으로 건보 재정 지출을 대폭 투입해야 하는 항목도 있다.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관심이 커진 필수의료 분야다. 정부는 뇌동맥류 개두술, 심장수술과 같은 고위험·고난도 수술, 응급수술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보상할 계획이다. 의료체계 재편에 가까운 작업이라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을 통한 건보료율 상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주요한 과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직장가입자 건보료율 인상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시점은 이르면 윤석열 정부 정권 말이 될 것 같다. 국민들 뿐 아니라 기업도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 반발할 수 있다"라고 했다.

건보 재정을 기금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감사원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건강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의 보험료와 적자보전 성격의 정부지원금을 주된 재원으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복지부와 건정심이 외부 통제 없이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라며 "기금화 등 재정 관리에 대한 외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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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박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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