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빠르면 오는 12월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비정상적인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을 제한하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SMP상한제)를 도입한다. 올 겨울 천연가스 등 에너지 대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SMP 상승 폭을 제한하지 않으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가 불어나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탓이다.
23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SMP상한제' 초안을 일부 보완하고 최종 검토 과정을 거쳐 12월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의미하며, 전력량에 대해 전력거래 시간대별로 적용되는 전력시장가격이다. SMP상한제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 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최소한의 시장 개입'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전력공급 사업자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산업부의 SMP 상한제 초안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법제처의 법안 검토를 거쳐 오는 11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국조실을 통과하면 산업부 장관 고시 이후 시행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발표한 SMP상한제 초안은 직전 3개월 동안 SMP 가중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에 제도가 발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한가격'은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으로 결정된다. 적용 기간은 1개월로 산업부 장관은 상한가격 발동 시마다 행정고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산업부는 발전 원별 SMP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SMP 상한제에 신재생에너지만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5월 SMP상한제와 관련해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등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를 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발전소를 운영 중인 중·대형 민간발전사를 포함해 태양광, 풍력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 10만여 사업자들이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7월 SMP상한제 초안에 대해 보완·수정을 이유로 법제처에 검토 절차 중지를 요청했다.
정부가 행정예고 이후 5개월여만에 SMP상한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SMP가 전례없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SMP는 1㎾h(킬로와트시) 당 270.24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평균 107.76원과 비교하면 2.5배를 넘어선 가격이다. 올 겨울엔 1㎾h당 3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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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의 상승은 발전사 이익으로 직결된다. 전력 업계에 따르면 주요 민간 발전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대표적으로 GS EPS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영업이익은 2555억원으로 지난 1년간 벌어들인 2123억원을 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44.2%에 달했다. 파주에너지는 지난해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해 1분기만에만 2310억원을 돌파했다. 한전의 연말 적자가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보완한 SMP상한제의 핵심은 '비상시'에 한해 가격 상한을 적용한다는 것과 여러 발전사들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가격 상한 제한에 따른 손해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지만 민간 발전사도 국가적 에너지 위기라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MP의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의 큰 틀은 유지되지만 상한가격 폭, 적용 대상, 적용 시기 등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다"며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도 SMP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만 SMP상한제를 한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냉방 등 여름철도 전력 사용량이 많지만 난방과 온수 등을 위해 전기 소비와 가스 사용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겨울철이 SMP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