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령 독감백신' 등장…가격 비교하고 갔더니 "그런 백신 없어요"

[단독]'유령 독감백신' 등장…가격 비교하고 갔더니 "그런 백신 없어요"

안정준 기자
2022.11.09 10:53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씨(38세)는 경미한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 때문에 계란을 배양해 생산하는 백신 대신 세포배양 방식 백신을 맞기로 하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접종 가능한 병원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공하는 지역별 독감백신 가격 비교 정보를 통해 검색했다. 하지만 병원마다 해당 백신을 들여놓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알고보니 이 백신은 생산이 잠정 중단돼 올해는 전국 어디서도 맞을 수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가격 정보가 심평원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것.

9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올해 독감 백신 가격 비교 정보가 1년 전 취합된 정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된 정보를 바탕으로 별도 확인 없이 병원에 갈 경우 백신 종류와 가격이 실제와 달라 헛걸음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정보가 올해 기준으로 업데이트 되는 시점은 오는 12월 14일인데, 독감 백신은 유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12월 전에 상당수가 맞기 때문에 정보 제공으로서 별다른 의미가 없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감 백신은 통상 접종 지역과 병원에 따라 2만원 이상 접종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백신을 공급하지 않고 병원마다 백신 종류와 물량을 정해서 계약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된 독감 백신은 접종 비용을 병원이 자체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접종 가격이 천차만별이기에 가족 전부가 독감백신 유료접종 대상일 경우 2만원 더 저렴한 곳에서 접종하면 4인 가족 기준 8만원을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원정 접종'을 다니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평원 홈페이지는 이처럼 보다 저렴한 백신을 찾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백신을 접종하고자 하는 지역과 병원을 선택하면 해당 병원이 제공하는 백신 종류와 가격, 그리고 해당 지역의 평균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지역별 최저 가격은 물론 전국 최저가격도 검색이 가능하다.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전국 접종 평균금액은 3만7635원이다. 지역별로 가장 저렴하게 접종할 수 있는 금액은 보통 2만원 수준이다. 서울과 부산, 울산,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지역의 최저 접종금액이 2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은 16500원에 접종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는 경기 지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 자체가 지난해 기준이라는 것.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독감백신 접종이 포함된 비급여 진료비용은 통상 공개 시점이 8~9월인데 올해는 부득이하게 12월 14일로 늦춰졌다"며 "이 때문에 현재 1년 전 독감백신 가격 정보가 올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정책 시행과 함께 비급여 진료비용도 공개하려 했으나,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정책이 의료계 반발과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 등 이유로 늦춰진 탓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시점도 덩달아 예년보다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년전 가격 정보가 올해 정보인 것 처럼 공개된 셈이다.

현재 심평원 정보공개 홈페이지 상단에 "2022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12월 14일)를 위한 자료수집 기간입니다. 공개일 전까지는 변경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실제 운영 중인 항목별 금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문구가 달려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안내 문구는 있지만, 접종을 계획중인 사람들이 의료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이 같은 뒷사정을 알기 힘든데다 현재 올라와 있는 가격 정보 자체가 지난해 기준이라는 것을 해당 안내 문구만으로 인지하기도 어렵다. 결국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백신 정보를 파악해봐야 한다. 백신 접종 예정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으로서의 의미 자체가 없는 셈이다.

올해 기준 정보가 다음 달 14일 공개된다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과 의료계에서는 독감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 이전에 백신 접종 완료를 권장하는데다 실제로 상당수가 12월 전에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이다.

독감백신 등 비급여 진료비용이 통상 8~9월 사이 공개된 예년에는 올해와 같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3년만에 독감 유행이 찾아온데다 코로나19 재유행도 동시에 진행돼 예년보다 접종 수요가 많은 상태다. A씨는 "최소한 생산이 중단돼 병원에 공급 자체가 안된 백신은 정보 제공 항목에서 제외해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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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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