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안평면 삼춘리 한 야산에서 산불진화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24. lmy@newsis.com /사진=이무열](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3/2025032410314811482_1.jpg)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영남권 산불 확산의 배경으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방화림 역할을 하는 임산 도로(임도·林道) 태부족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진압 차량의 근거리 접근이 어려워 헬기와 소방인력에만 기대다 보니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소방청·산림청·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진화율이 96%인 경남 김해를 제외하고 경남 산청(70%)·경북 의성(65%)·울산 울주(69%)는 산불 완전 진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주불이 진압된 충북 옥천까지 5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 구역은 8732.61ha에 달한다. 축구장 1만2229개에 달하는 면적으로 지난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2만523㏊)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산불 확산엔 불씨가 바람을 타고 옮겨붙는 '비화(飛火)' 현상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산불 진압 대원들도 비화 현상으로 불길에 둘러싸이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방금 불을 끄고 지나간 지점에 건조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다시 옮겨붙어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 안평면 야산 정상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5.6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 방면으로 20여km 떨어진 지점까지 번진 상태다. 당시 의성 지역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7.9m로 확인됐다. 이날 의성과 산청에도 초속 10~15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예고돼 있다. 건조주의보도 발효된 상태다.
무엇보다 임도 부족으로 화재진압 차량의 근거리 진입이 어려워 산불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도는 산림을 가꾸기 위해 조성된 길이지만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통로가 된다. 주변에 불에 잘 타는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를 심으면 자연 방화림 역할도 한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고성능 산불진화차량도 임도로 진입할 수 있다. 산불진화차량에는 산림청 주력 헬기인 러시아제 카모프(KA-32)의 담수량(3톤)보다 많은 3.5톤의 물을 적재할 수 있다. 일선 한 소방서장은 "대원 수십명이 호스 수십장을 연결해 몇백미터를 올라가도 호스 무게와 주변 나무들 때문에 바로 몇미터 떨어진 곳으로 호스를 옮기기가 힘들다"며 "임도만 있으면 시간을 아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임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마자 산불 진화작업을 재개했으나 현장 주변 안개와 연기 탓에 헬기를 제대로 투입하지 못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임도의 역할이 가장 클 때는 야간에 산불 진화 장비가 철수한 이후"라며 "불이 재발하기 전 야간에 신속하게 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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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효율적 산림 관리와 산불 방지를 위해 임도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산림 훼손을 이유로 임도 확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산불이 발생하면 생태계가 더 많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재난상황에 대비해 접근이 어려운 곳에 제한적인 (임도) 개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상당 부분 인재로 파악된다. 의성 화재는 성묘객이 쓰레기를 태우다 튄 불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청 화재는 인근 농장 운영자가 잡초 제거를 위해 쓰던 예초기에서 불씨가 튄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번 산불로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망 4명·중상 5명·경상 4명으로 모두 13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산불 진압에는 전국적으로 경찰·소방· 지자체 등 120대의 헬기가 동원됐고 690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중대본은 산청·의성·울주는 대응3단계, 김해는 2단계로 대응 중이다. 수천명의 인력과 수십대의 장비들이 모이면서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통신망 안정화를 위해 이동기지국 차량을 배치하는 등 화재 대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산불 관련 중대본 4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대본은 전날 산불로 피해입은 지역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6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5000만원 등을 교부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