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는 한은 총재와 7가지 괴담[기자수첩]

"두렵다"는 한은 총재와 7가지 괴담[기자수첩]

김주현 기자
2025.11.13 04:3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두렵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그냥 도입될 경우 우리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유출이 걱정됩니다."

지난달 2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 말이다. 중앙은행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두렵다'는 표현을 쓰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 총재의 우려 강도가 크다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 157페이지 분량의 이른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백서'를 발간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현황과 7가지 리스크, 정책 대응 등을 총망라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발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한은의 보고서를 '7가지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한은이 7가지 괴담 논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괴담치곤 한은의 걱정은 구체적이다. 우려의 핵심은 자본유출이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쓸 사람들은 자산을 해외로 가지고 나갈 인센티브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 대비 4배 규모의 자금이 해외투자로 나간다. 국내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익명 거래가 가능한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다른 자산으로 전환해 해외로 이전해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화폐의 리스크는 '제로'여야 한다. 화폐가 가치를 잃을 경우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이 온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와 1대1 가치 연동을 목표로 하지만 항상 그 가치가 유지되진 않는다. 2023년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써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한때 0.88달러까지 급락했다.

'통제가 가능하다'는 믿음도 위험하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신뢰가 무너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한순간의 환매 폭주만으로도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위기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입법 전까지 한은이 분석한 위험 요인을 잘 설명하는 것이 한은의 책무다. 변화의 흐름을 막아설 순 없다. 한은도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제하고 있다.

다만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는다. 중앙은행은 '혁신'보다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새로운 디지털화폐 시대를 앞두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혁신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무너진 금융시스템을 회복하는 건 어렵다. 한은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현실적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자수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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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김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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