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간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의 1·2위 사업자간 결합에 따른 렌터카 요금 인상 등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리미티드(이하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결합을 금지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앞서 어피니티가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하고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SK렌터카와 롯데렌탈 간 결합 건이다. 두 회사는 국내 렌터카 시장의 1·2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차량 대여기간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와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로 구분하고 각 시장을 별개로 획정해 심사했다.
먼저 단기 렌터카 시장에선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간 기업결합이 발생하면 '압도적 대기업 1개사 대 다수의 영세 중소기업' 구도로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두 회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사업자와 비교하면 내륙에서는 7.9배(쏘카 대비), 제주에서는 5.3배(제주렌터카 대비)에 달하는 점유율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게 경쟁해 온 두 회사 간 경쟁이 소멸됨에 따라 렌터카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고려했다. 아울러 두 회사가 이번 결합을 계기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
공정위 경제분석 결과 기업결합 이후 SK렌터카가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롯데렌탈로 재포획되는 소비자 비율이 높아 SK렌터카의 가격이 11.85~12.15%(내륙 기준) 인상 압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에서는 10.45~11.00% 인상 압력을 확인했다.
특히 제주 단기 렌터카 시장은 이른바 '렌터카 총량제'에 따라 신규 진입이나 기존 사업자의 차량 확대가 제한돼 유력한 경쟁사의 출현 가능성이 더욱 낮은 상황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지난 수년 간 꾸준히 제주 지역 경쟁사의 차량을 흡수해온 만큼 이번 기업결합을 계기로 제주 지역의 유효한 경쟁 수준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장기 렌터카 시장 역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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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38.3%(2024년 말 기준)다. 나머지를 소수의 캐피탈사와 중소 경쟁사들이 나눠먹고 있다. 그나마 캐피탈사들이 두 회사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지만 캐피탈사는 '부수 업무'인 장기 렌터카 증차를 위해선 '본업'에 해당하는 리스 차량도 함께 늘려야 해 불리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또 장기로 차량을 빌린 후 중고차로 매각하는 구조를 갖는 장기 렌터카 시장의 특성상 차량 정비와 중고차 판매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별도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롯데렌탈·SK렌터카와 그렇지 못한 캐피탈사 간 경쟁 능력 차이가 큰 게 현실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시 국내 렌터사 시장 1·2위 사업자가 모두 사모펀드 지배 아래 놓이는 점도 고려했다. '가격 인상 제한' 등과 같은 조건을 달아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매각(바이아웃)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이같은 행태적 조치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사모펀드가 상당 기간 서로 밀접한 경쟁관계를 유지해 온 1 ·2위 사업자를 단기간에 연달아 인수해 시장력을 확대한 후에 다시 고가에 매각하려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함으로써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