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목표 마진을 맞추기 위해 납품가격 인하나 광고비 등을 요구하는 등 납품업체에 갑질을 벌인 쿠팡에 약 22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건 앞으로 있을 쿠팡 제재의 신호탄 격이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면책약관 논란과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 등은 물론 배달앱 최혜대우 요구와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등 쿠팡과 관련한 여러 건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로 제재 받은 쿠팡의 행위는 크게 4가지다.
△납품업자와 설정한 마진 목표에 미달했을 때 납품단가 인하 요구 △자체 설정한 마진 목표에 못미칠 때 광고비, 수수료 등 부담 요구 △직매입 거래에 따른 상품대금의 법정지급기한 초과 지급 및 지연이자 미지급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미소진 상품비용 미반환 등이다.
다만 공정위는 납품가격 인하 및 광고비 전가 등에 따른 납품업체 피해규모를 정확히 산정하진 못했다. 이에 따라 정액과징금에 해당하는 5억원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정확한 거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땐 관련매출액을 기초로 한 정률과징금이 아닌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산출된 10억원에 납품대금 지연지급 및 이자 미지급,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미소진 상품비용 미반환 등에 대한 과징금을 합쳐 총 21억85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반행위 전체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위반행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며 "그래서 정액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지난해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꾸려진 '쿠팡 사태 범정부 TF(태스크포스)'가 출범한 이후 첫 쿠팡 제재 사례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 관련 다수의 사건을 맡고 있다.
가깝게는 쿠팡의 '끼워팔기' 의혹이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을 통해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것이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벌였다.
앞서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으로 공정위 제재를 피하는 대신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새로 출시키로 한 구글과 같은 혐의다. 구글은 자진시정방안에 더해 300억원 상당의 상생방안을 마련, 소비자 후생 증진과 국내 음악 산업 및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지원 등의 상생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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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와 관련해서도 제재를 앞두고 있다. 쿠팡이츠가 입점업체들로부터 음식 가격이나 할인 등을 자사 앱에서 가장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강요한 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입점업체 노출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다.
'쿠팡 사태'와 직접 관련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 사태가 벌어진 이후 쿠팡에 대한 장기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른바 '다크패턴' 방식으로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방해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봤다. 쿠팡을 탈퇴하려면 개인정보 확인 , 비밀번호 입력, 비밀번호 재입력, 반복적 설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탈퇴 과정에서 멤버십 '해지' 버튼보다 '유지' 버튼이 시각적으로 강조돼 소비자가 현혹될 수 있는 지적이 제기됐다.
쿠팡 약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버에 대한 제3자에 의한 불법 접속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쿠팡 이용약관(제38조 7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약관법)상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쿠팡의 부당 내부거래와 쿠팡 자체 브랜드(PB) 상품 운영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 여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도 살피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고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 등으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 법인이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는 5월 초 결정될 예정이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현황 공시,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규제의 직접적인 책임 주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