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시 뛰어도 소비는 '신중'…소비 회복 속도 완만

수출·증시 뛰어도 소비는 '신중'…소비 회복 속도 완만

최민경 기자
2026.02.27 08:23

민간소비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산업 구조 변화와 자산 효과 약화 등 구조적 제약으로 과거 회복기보다 증가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現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심리 개선과 함께 소비가 큰 폭 반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소비 회복기는 △위기 이후 억눌린 수요가 단기간 분출되는 '급반등형' △장기 부진 뒤 거시여건 개선에 힘입어 서서히 살아나는 '점진적 개선형'으로 구분된다.

급반등형은 평균 7분기 내외로 회복 폭은 크지만 지속성은 짧다. 점진적 개선형은 평균 12분기 정도로 속도는 완만하나 지속 기간이 길다.

한은은 최근 소비 흐름이 두 유형의 특징을 모두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상반기 위축됐다가 하반기 정부 부양책과 심리 개선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한 점은 급반등형과 유사하다.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와 반도체 수출 호조, 증시 및 소비심리 개선, 정부의 재정 여력 확대 등은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의 전형적 특징과 닮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자산시장 호조로 이어지면서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위기 후 급반등' 형태에 가까웠다면, 금년 이후로는 '점진적 개선'형에 보다 근접할 것"이라며 "소비 회복 흐름이 이전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소비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힘은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는 생산 과정에서 자동화 비중이 높고 고용 효과가 크지 않아 수출이 늘어도 가계 전체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폭이 예전보다 제한적이다.

특히 소득 증가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 전체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늘어도 소비로 쓰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자산가격 상승 효과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집값이 오르더라도 대출이 함께 늘어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실제 소비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주가 상승 역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평균 1% 안팎에 그쳐, 증시가 올라도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증시 변동성이 큰 점과 자산 증가가 고소득층에 몰린 점도 소비 확대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도 예전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단기 경기는 좋아졌지만,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어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저축하거나 빚을 줄이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최근 가계 저축률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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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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