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4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은 급변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가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부도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으로 통상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통상 규범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중견국 간 통상협력체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CPTPP 가입이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멕시코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일본·베트남·호주 등 회원국과의 교역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비준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도 당시엔 피해 보완대책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도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려면 관계 부처 협의와 보완대책 마련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농업계는 CPTPP의 경우 시장 개방 확대보다 동식물 검역(SPS) 규범을 더 큰 부담으로 봤다. 검역 기준 완화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관세 인하와는 다른 차원의 시장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준기 한국농업경제학회장은 "CPTPP에서 농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한 관세 인하보다 동식물 검역(SPS)"이라며 "검역 기준 완화 요구가 현실화하면 관세와는 다른 차원의 시장 개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입 논의 과정에서 농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보완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한중 FTA 당시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목표 규모를 채우지 못했고 농업계 체감 효과도 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 분야에서는 CPTPP에 대한 우려가 크겠지만 대부분 회원국과 이미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한미 FTA나 한중 FTA 당시만큼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농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CPTPP도 결국 기존 FTA와 마찬가지로 산업별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이라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 보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 농업계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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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업통상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산업과 농업 분야 영향을 함께 분석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보완대책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