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청년들이 묻다…"농업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히말라야에서 청년들이 묻다…"농업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카트만두(네팔)=정혁수 기자
2026.08.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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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도시·해외로 떠나는 청년들…한·네팔 학생, 농업에서 새로운 가능성 탐색
-생산을 넘어 가공·브랜드·기술·관광·창업으로…'청년 농업비즈니스 툴킷' 공동 제작

한국과 네팔 양국 학생들이 찾은 카스레 구룽 마을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해발 7,300m 이상의 고봉이 30여 개나 분포한다/사진=정혁수 기자
한국과 네팔 양국 학생들이 찾은 카스레 구룽 마을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해발 7,300m 이상의 고봉이 30여 개나 분포한다/사진=정혁수 기자

네팔, 그곳은 히말라야의 땅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산맥과 깊은 계곡 사이로 마을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산비탈에 옥수수와 채소를 심고, 평야에서는 벼와 밀을 기른다. 농업은 오랜 세월 먹거리이자 일자리였고, 공동체를 이어주는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삶의 터전에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농촌을 떠나 수도 카트만두로 향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네팔 인구의 7% 이상이 취업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고, 상당수는 젊은 남성이었다. 해외 노동자의 송금은 2024년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했다.

네팔이 자국 청년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3일 오후 카트만두 도심은 낡은 건물과 버스, 오토바이 행렬로 가득했다.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킨 거리 풍경은 빠르게 움직이는 네팔 수도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줬다.사진=정혁수 기자
지난 13일 오후 카트만두 도심은 낡은 건물과 버스, 오토바이 행렬로 가득했다.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킨 거리 풍경은 빠르게 움직이는 네팔 수도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줬다.사진=정혁수 기자
카트만두의 아침은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은 이 도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사진=정혁수 기자
카트만두의 아침은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은 이 도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사진=정혁수 기자

'농촌의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줄어드는데, 농업은 앞으로 누가 지킬 것인가.' 지난 8일 한국 대학생들이 이 질문을 안고 네팔을 찾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력연락사무소는 네팔사무소와 함께 카트만두와 인근 농촌·산간지역에서 지난 8~16일 '2026 한국-네팔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양국 학생들은 현지 대학과 농업기업, 시장과 농촌마을을 찾아 지속가능한 농업과 청년 창업의 가능성을 살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배수현(20·국제학과2년) 학생은 일주일간의 여정을 "농업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마주하고, 현장의 목소리에서 국제협력의 방향을 배운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한국과 네팔 양국 학생들이 지난 9일 카트만두에 위치한 '히마이다 네팔'을 찾아 회사 관계자로부터 양봉가공 과정과 연구활동에 대해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과 네팔 양국 학생들이 지난 9일 카트만두에 위치한 '히마이다 네팔'을 찾아 회사 관계자로부터 양봉가공 과정과 연구활동에 대해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과 네팔 대학생들이 지난 11일 카트만두 칼리마티 시장을 찾아 현지 상인과 대화를 나누며 농산물 유통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과 네팔 대학생들이 지난 11일 카트만두 칼리마티 시장을 찾아 현지 상인과 대화를 나누며 농산물 유통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학생들이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양봉가공업체 히마이다 네팔(Himaida Nepal)이었다. 창업자 산자이 카플레(Sanjay Kafle)씨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뒤 스물세 살 무렵까지 배낭 하나를 메고 네팔 55개 지역을 누볐다.

특히 구름과 계곡 사이, 깎아지른 히말라야 절벽에 몸 하나 의지한 채 꿀을 채취하는 '허니 헌터(Honey Hunter)'를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허니 헌터의 삶을 담은 이야기와 꿀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은 '그 꿀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평범한 질문 하나가 새로운 사업의 씨앗이 됐다. 2018년 첫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여행가는 창업가가 됐다.

양국 학생들이 지난 10일 FAO네팔 오아시스 빌딩에서 '청년 농업비즈니스 창업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양국 학생들이 지난 10일 FAO네팔 오아시스 빌딩에서 '청년 농업비즈니스 창업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한국과 네팔 대학생들이 지난 11일 카트만두 FAO네팔 오아시스 빌딩에서 농식품 비즈니스와 청년 창업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과 네팔 대학생들이 지난 11일 카트만두 FAO네팔 오아시스 빌딩에서 농식품 비즈니스와 청년 창업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FAO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과 네팔 학생들이 지난 10일 히말라야농업과학기술대(HICAST)에서 자신들이 공동작업한 '청년 농업비즈니스 창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한국과 네팔 학생들이 지난 10일 히말라야농업과학기술대(HICAST)에서 자신들이 공동작업한 '청년 농업비즈니스 창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히말라야농업과학기술대(HICAST) 요자나(22·농학과 4년) 학생은 "농업은 전통적인 농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술과 지식, 아이디어가 결합되면 비즈니스와 부가가치, 창업의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학생들이 함께 만든 '청년 농업비즈니스 창업 가이드라인(Youth Agribusiness Toolkit)'도 이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개인의 관심과 능력을 살펴 농식품 가치사슬에서 사업 기회를 찾은 뒤 자금·기술·시장정보·멘토링 등을 점검해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고르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지역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고, 확인했다.

학생들은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온라인으로 네팔의 농식품 시스템과 창업사례를 공부한 뒤 현장에서 농민과 청년 창업가, 지역 주민을 만났다.

한국과 네팔 학생들이 지난 13일 해발 1600m 고지의 카스레 구룽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농업과 음식, 문화가 공동체의 삶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사진=정혁수 기자
한국과 네팔 학생들이 지난 13일 해발 1600m 고지의 카스레 구룽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농업과 음식, 문화가 공동체의 삶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사진=정혁수 기자
해발 1600m 고지에 자리한 네팔 카스레 구룽마을의 모습. 산비탈의 농경지와 집들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농업과 자연, 구룽족의 문화와 공동체가 하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해발 1600m 고지에 자리한 네팔 카스레 구룽마을의 모습. 산비탈의 농경지와 집들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농업과 자연, 구룽족의 문화와 공동체가 하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한국 학생들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질문했고, 네팔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농촌과 청년의 현실을 설명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신다연(23·국제학과 3년) 학생은 "문화와 문제를 보는 방식이 달랐지만 오히려 그 차이가 팀워크의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여정의 끝은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 농촌마을 홈스테이(Homestay) 였다. 카트만두 도심을 벗어나 카스레 구룽 마을(Khasre Gurung Gaun) 까지 차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굽이진 산길 도로를 오를수록 집은 뜸해졌고, 경사진 산비탈에는 옥수수밭이 층층이 이어졌다.

저녁 노을이 내려앉을 무렵, 주민들은 밭에서 거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맞았다. 번듯한 관광시설은 없었지만 농업과 음식, 자연, 구룽족의 문화와 공동체가 하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12일 네팔 국가청년위원회가 주관한 '세계 청년의 날' 행사장. 한국과 네팔 학생들은 현지 청년들과 함께 청년의 도전과 역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사진=정혁수
지난 12일 네팔 국가청년위원회가 주관한 '세계 청년의 날' 행사장. 한국과 네팔 학생들은 현지 청년들과 함께 청년의 도전과 역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사진=정혁수
'2026 한국-네팔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14일 FAO네팔사무소에서 켄 네팔사무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방문성과와 향후 활동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2026 한국-네팔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14일 FAO네팔사무소에서 켄 네팔사무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방문성과와 향후 활동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학생들은 그곳에서 농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 반드시 번듯한 시설이나 기술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다.

이미 그곳에 있는 농산물과 음식,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가치가 생겨났다. 산골마을의 꿀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것도 결국 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연결한 결과였다.

청년이 떠나는 현실과 농업의 위기는 결국 하나의 문제로 이어져 있었다. 청년을 붙잡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여기서 해볼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었다.

농업이 힘든 노동의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 꿈을 시험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바꾸는 것. 청년을 농촌에 머물게 하는 힘은 바로 그런 가능성에서 나왔다.

한국조지메이슨대 학생들이 지난 14일 카트만두 FAO 네팔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간의 교류 활동을 되돌아보며 네팔 농업과 청년의 가능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사진=정혁수 기자
한국조지메이슨대 학생들이 지난 14일 카트만두 FAO 네팔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간의 교류 활동을 되돌아보며 네팔 농업과 청년의 가능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사진=정혁수 기자

히말라야의 산길을 따라 오늘도 많은 청년이 도시로, 또 다른 나라로 향한다. 그들의 발걸음을 억지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고향의 들판에서 '낡은 농업'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발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과 네팔의 청년들이 일주일 동안 현장을 누비며 찾은 답은 분명했다. 농업은 여전히 청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직면한 한국 농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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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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