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ㅣ '좀비딸'로 입증한 대체불가한 '서머킹'

조정석 ㅣ '좀비딸'로 입증한 대체불가한 '서머킹'

윤준호(칼럼니스트) 기자
2025.08.01 10:46

'엑시트' '파일럿' 이어 여름극장가선 무적의 사나이

'좀비딸', 사진제공=NEW
'좀비딸', 사진제공=NEW

또 조정석이다. 통상 K-팝 시장에서 걸그룹들이 ‘서머 퀸’(summer queen)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데, K-영화 시장에서는 조정석이 압도적인 ‘서머 킹’(summer king)이다.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좀비딸’이 개봉 첫 날인 30일 43만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해 개봉된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최고 오프닝 성적이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42만3892명) 마저 뛰어넘었다.

여름 휴가 시간은 극장가 최고 성수기로 분류된다. 올해는 ‘좀비딸’을 비롯해 ‘전지적 독자 시점’, ‘악마가 이사왔다’ 가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좀비딸’이 이미 멀찌감치 앞서 가는 모양새다. 이 영화가 개봉 당일 정부의 할인 쿠폰 효과와 문화가 있는 날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좀비딸’이 아니라 현재 상영되는 모든 영화에 해당된다. 즉 ‘좀비딸’이 유독 더 큰 수혜를 누렸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좀비딸’은 개봉 2일차에도 24만 명을 동원하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인 ‘F1 더 무비’(7만4693명)과도 격차가 크다. 게다가 경쟁작으로 손꼽히던 ‘전지적 독자 시점’(3만1115명)의 순위는 5위까지 하락했다. 8월초 개봉되는 신작 ‘악마가 이사왔다’가 제동을 걸지 못하면 ‘좀비딸’이 올 여름 ‘1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 자명하다.

'엑시트', 사진제공=CJ ENM
'엑시트', 사진제공=CJ ENM

그 중심에는 조정석이 있다. 그는 2019년 이후 ‘여름 사나이’로 거듭났다. 그 해 개봉된 영화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 공개됐던 ‘봉오동 전투’(478만 명)도 큰 격차로 밀어냈다.

그 직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졌다. 극장으로 가는 발길이 뚝 끊겼다. 2018년작인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 명) 이후 여름 극장가에서 1000만 영화는 사라졌다. 통상 500만 명 안팎의 영화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조정석이 다시 나타났다. 영화 ‘파일럿’으로 470만 관객을 모으며 2014년 여름 극장가를 석권했다. 또 다른 한국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114만 명을 동원한 것을 고려할 때, 조정석의 위력은 더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제 ‘좀비딸’이다 . ‘엑시트’부터 ‘파일럿’, ‘좀비딸’은 조정석표 코미디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그는 타고난 코믹 연기를 보여왔다. 출세작인 ‘건축학개론’에서 보여준 ‘납득이’가 시작이었다. 키스에 대해 설명하며 온 몸을 배배 꼬던 슬랩스틱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이후에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드러냈다.

조정석표 코미디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애다. 조정석은 B급 감성이나 성인 코미디는 지양한다. 억지 웃음보다는 일상 속에서 유발되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선호한다. 이런 작품이 조정석에서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조정석이 이런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좀비딸', 사진제공=NEW
'좀비딸', 사진제공=NEW

‘엑시트’부터 ‘파일럿’에 이르기까지 가족은 그를 둘러싼 주요 키워드였다. ‘좀비딸’은 이 부분이 더 극대화됐다. 좀비가 된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이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준다. 이 때문에 "신파로 끝난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신파는 비판받지 않는다.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조정석 특유의 완급 조절이 ‘좀비딸’에서 빛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최근 극장가의 파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손익분기점은 약 600만 명이다. 최근 극장 수요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목표치다.

조정석은 보다 현실적인 손익분기점을 계산한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엑시트’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었고, 개봉한 지 불과 7일 만에 달성했다. 지난해 ‘파일럿’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명이었고, 결과적으로 이보다 2배를 웃도는 최종 성적을 기록했다. 제작비 약 110억 원이 투입된 ‘좀비딸’의 손익분기점 역시 220만 명이다. 이틀 만에 약 70만 명을 모은 ‘좀비딸’은 이르면 이번 주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관객들이 영화 한 편 정도를 극장에서 선택하는 ‘쏠림 현상’을 고려할 때 ‘파일럿’의 성적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좀비딸’은 ‘파일럿’의 오프닝(37만여 명)도 넘어서며 몇 발 더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향후 조정석의 몸값은 천정부지 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름 조정석=흥행’이라는 공식이 ‘좀비딸’을 통해 하나의 명제가 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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