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유쾌하고 무해한 온가족이 봐도 무방할 코미디

영화 ‘보스’가 ‘조폭’이라는 웃음벨을 2025년에 울린다.
조폭 코미디는 대한민국 영화사의 한 조류다. 1997년 대배우 송강호의 탄생을 알렸던 ‘넘버 3’라는 블랙 코미디 명작으로 시작해 2001년 ‘두사부일체’,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 정통 코미디 영화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2002년 ‘가문의 영광’이 개봉했다. 당시 5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가문의 영광’은 조폭 신드롬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야기하며, 조폭 코미디의 정점을 달렸다.
하지만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도 결국 쇠퇴기를 맞이했다. 속편의 속편까지 제작됐던 시리즈들의 흥행 동력을 잃었다. ‘추격자’ 이후 한국 영화계엔 스릴러 열풍이 불었고, 마블 시리즈라는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금의 영화에서 ‘조폭’은 딱 범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범죄도시’ 시리즈, ‘수리남’ 등 범죄 누아르에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이다.

그럼에도 유행은 돌고 돈다. 전체적으로 웃음이 중요해진 요즘 극장가다. 그래서 ‘보스’의 등장이 심상치 않다. 과거 ‘친구’라는 정통 누아르에 열렸던 ‘조폭’이라는 딱딱한 열매를 조폭 코미디가 웃음으로 숙성시켰듯, 영화적 장르 유행도 무르익었다. ‘뉴트로’라는 복고 코드 거들고 있다. 그리고 개봉일인 3일부터 최장 10일에 이르는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다. ‘조폭 코미디=추석 개봉’이라는 예전의 흥행 공식을 다시 한번 소환한다.
‘보스’는 철저하게 과거 조폭 코미디의 공식을 복기한다. 우선 한 줄 정리되는 조직의 과업이다. 예전 조직들이 ‘보스 여동생의 결혼’, ‘보스의 대학 입학’을 노렸다면, 이번엔 ‘차기 보스 자리의 반려’다. 그리고 늘 그러했듯 조직의 넘버 1, 2, 3가 등장한다. 유력한 새 보스 후보이지만 자신들의 꿈을 위해 그 자리를 마다하는 순태(조우진)와 강표(정경호), 보스가 되고 싶지만 모두가 반대하는 판호(박지환)가 치열한 보스 양보전을 펼친다.

‘보스’의 웃음 코드는 상황극이다. 조직 식구들의 급식소나 다름없던 중식당 ‘미미루’의 주방장 순태가 전국구 프렌차이즈 셰프가 된다거나, 조직을 대신해 감옥에 강표가, 그 안에서 칼춤 대신 탱고에 눈을 뜨는 식이다. 아빠가 조폭이라 친구가 없다는 딸의 하소연에 순태는 ‘조폭이 주는 공포심’을 걱정하지만, 이에 돌아오는 “조폭이 X 팔려서”라는 딸의 답변이 바로 ‘보스’가 추구하는 웃음 코드다.
여러 패러디도 좋다. 과거에 쌓아왔던 조폭 코미디의 유산을 다시 한번 부활시킨다. 필모그래피가 풍성한 배우들인만큼 자신들이 기존 작품에서 선보였던 명대사들을 변칙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경찰 신분을 속이고 미미루에 잠입한 언더커버 배달원 태규(이규형)를 기대하자. 누군가에게 스포일러를 당한다 해도 괜찮다. 알고 봐도 터질 수 밖에 없는 마약처럼 강력한 웃음 폭탄을 장전했다.

허나 대사의 티키타카나, 액션의 슬랩스틱 분량이 다소 아쉽다. 부부로 합을 맞춘 조우진과 황우슬혜라는 황금 조합이 그렇다. 정확한 발음을 자랑하는 조우진과 어여쁜 미모, 하지만 반전 캐릭터로 언제나 보장된 웃음을 선사하는 황우슬혜이기에 더 그렇다. 이들이 치고 받는 말맛의 하모니를 더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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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스틱은 정경호가 홀로 고군분투한다. 스포츠 댄스와 액션을 엮어 유쾌한 춤사위를 펼친다. 조우진과 박지환의 캐릭터가 확실한 만큼 그들에게도 맛깔나는 고유 액션을 부여했다면 더 좋았을 법하다. 작품 전체적으로 액션의 비중을 많이 할애한 만큼 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박지환이 들고 나온 가스통처럼 보다 폭발적인 웃음이 필요했다.
덕분에 코미디 특유의 과장된 연기를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염려를 덜어도 좋다. 상황으로 웃음을 조율할 뿐, 전체적으로 정극 연기톤을 유지한다. 배우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완성된 연기를 펼친다. 주연들은 물론 이성민, 오달수, 고창석 등 검증된 배우들이 그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그렇게 영화 ‘보스’는 ‘추석 조폭 코미디=흥행 불패’의 공식을 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볍고 유쾌하다. 조폭은 소재일 뿐, 주인공들은 한없이 착하고 무해하다. 예전에 유행했던 장르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가 모두 즐길 수 있다. 덕분에 가족들끼리 함께 보기에 부담이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 풍요롭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화 ‘보스’처럼 고민, 걱정 내려놓고 한바탕 크게 웃는 명절이 되길 바라본다.
영화 '보스'는 오는 10월3일 개봉한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