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만난 전도연과 김고은이 칼자루 대신 긴장감을 쥐었다. 두 배우의 열연을 보고 있자니 작품 제목인 '자백의 대가'가 아닌 '연기의 대가'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총 12부작 중 3회까지 상영했고, 간담회에는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이정효 감독이 참석했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마녀로 불리는 살인자 모은(김고은), 비밀 많은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윤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모은이 그의 죄를 대신 자백하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하고, 그 대가로 미처 죽이지 못한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제안하면서 서사를 펼쳐낸다.
제목에 쓰인 '대가'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을 하고 그에 대한 값으로 받는 보수'가 될 수도 있고, '전문 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은 이 두 가지 뜻을 포용하며 아주 쫀쫀한 심리전을 보여준다. 이정효 감독은 "대가의 뜻이 중의적이다. 자백을 함으로써 치르는 대가와 자백을 해내면서 이루는 성취가 합쳐져 중의적으로 읽히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진상을 밝히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는 자백이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진실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자백을 대가로 거래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러니하고 미스터리한 상황들이 '자백의 대가'만의 독특한 서사를 완성한다. 자백이라는 행위를 중심에 두고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전개가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전도연과 김고은은 이 흥미로운 플롯을 압도적 연기로 구현했다. 이정효 감독은 "머릿속에서 전도연과 김고은 조합은 최고가 아닐지 상상했다. 캐스팅됐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전도연 선배가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합류했다"고 했다.
특히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김고은은 서로를 향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작품으로 만난 건 10년 만이지만 중간중간 사석에서 만나와서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긴 했다"며 "'협녀'를 찍을 때는 김고은이 많이 어렸다. '자백의 대가'에서 김고은을 보면서 내 성장이 멈췄나 느꼈다. 성장한 김고은을 보면서 의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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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협녀'를 촬영할 때는 제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당시에는 어떻게 그랬을까 싶은데 밤중에 전도연 선배에게 무작정 전화하고 그랬다. 선배가 '무슨 일 있냐'고 놀라서 다독여 주시곤 했다. 선배가 감독님에게 뒤에서 절 잘 챙겨달라고 이야기했다는 걸 나중에 전해 들었다. 그때는 선배에게 정말 많이 의지했다"며 "그런데 '자백의 대가'에서는 선배보다 분량적으로 더 여유가 있었다. 전도연 선배가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극 중 미술 교사이자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려 수감된 안윤수를 연기한다. 운명을 가를 한순간의 선택 앞에서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이다. 전도연은 "윤수는 밝은 사람이지만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고, 그걸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큰 인물이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윤수와 다르게 욕망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자신을 종처럼 부린 치과의사 부부를 독살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모은을 연기했다. 살해 과정에서 부부의 죽음을 즐기듯 감상하는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고양이를 챙기는 알쏭함이 함께하는 인물이다. 김고은은 "모은이가 머리카락 뒤에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숏컷을 했다. 다 드러나는데도 무슨 생각인지 모를 캐릭터였으면 했다. 그러면서 연약함이 보이길 바랐다. 사실 표정이 많이 없지만 무표정에도 표정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은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모에 위협을 가하는 검사 백동훈을 연기한 박해수는 전도연, 김고은과 함께 호흡하게 된 것에 대해 흡족함을 드러냈다.
박해수는 "작품에 짐짝이 되진 않았나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떤 후 "전도연 선배와는 연극 '벚꽃동산'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오랫동안 연습하고 무대를 섰다. 공연 연습 과정이 치열해서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해졌다. 이번 작품으로 다시 만났을 때 무대에서 봤던 역할이 아니었다. 윤수 그 자체로 만나서 신기했다"며 "김고은과는 여러 번 사석에서 만난 적 있다.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워낙 좋아하는 배우다. 첫날 촬영하러 갔을 때 비주얼을 파격적으로 변신했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흡인력 있는 서사와 출연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 그리고 장르적 재미로 완성한 '자백의 대가'는 오는 5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