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반 부대? '절반의 성공'인 '개콘' 리뉴얼 2주년 [예능 뜯어보기]

새 술은 반 부대? '절반의 성공'인 '개콘' 리뉴얼 2주년 [예능 뜯어보기]

신윤재(칼럼니스트) 기자
2025.12.04 09:27

선은 넘었지만 한계도 있었다...해결책은?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데프콘 썸 어때요?', 사진제공=KBS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데프콘 썸 어때요?', 사진제공=KBS

KBS2 ‘개그콘서트’(개콘) 리뉴얼이 2년이 넘었다. 199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안방극장 코미디 무대를 주름잡았던 ‘개콘’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눈물의 종방을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3년 11월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동안 2년. 계속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개콘’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버텼다.

물론 그 노력이 시청률 기준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방송됐던 1149회 방송분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 집계로 전국 가구기준 2.1%를 찍었다. 물론 전주 1.8%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지만, 방송만 되면 10%, 20%도 손쉽게 찍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일요일 오후 10시30분, 굳이 ‘개콘’을 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더는 행인들이 찾지 않는 먹자골목의 식당이라면 하다못해 ‘푸드트럭’이라도 꾸려서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개콘’이 지금 시대에 꺼낸 대비책은 바로 ‘선을 넘는’ 일이었다. 굳이 TV에 집중하지도 않고, ‘개콘’의 틀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무대만 있다면 해외든, 지방이든, 다른 시간대든, 다른 플랫폼이든 거침없이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일본 공연은 이제 정례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9월21일 ‘개콘’은 일본 도쿄에서 연 공연을 방송했다. 지난해 방송 25년 만에 첫 해외 진출에 나서 일본에서 녹화했고, 올해 지난해의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녹화를 했다. 일본은 TBS의 주력 개그맨들이 출격해 한국 팬들에게 눈도장도 찍었다.

'개그콘서트' in JAPAN' 포스터,  사진제공=KBS
'개그콘서트' in JAPAN' 포스터,  사진제공=KBS

해외는 물론 지방도 찾는다. ‘개콘’은 해외 투어와 함께 지역 투어도 겸해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울산을 가장 먼저 찾았고, 10개월 후인 지난달 고성도 갔다. 울산에서는 경상도 사투리, 고성에서는 강원도 사투리의 개그가 넘쳤다. 여의도 녹화만을 고집했던 ‘개콘’이 ‘개그트럭’을 차린 셈이다. ‘개콘’은 이러한 해외, 지역 등 ‘물리적 선을 넘는’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다.

‘개콘’의 정신적인 후계자인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기획도 활발하다. KBS2는 오는 13일 오후 10시40분 ‘말자쇼’를 기획했다. ‘말자쇼’는 개그우먼 김영희, 개그맨 정범균이 출연하는 ‘개콘’의 코너 ‘소통왕 말자할매’를 확대해 편성한 프로그램이다. ‘개콘’ 리뉴얼 2년의 히트 상품 중 하나로 ‘개콘’은 내부 코너 중 처음으로 스핀오프를 내놓는 도전을 했다.

‘소통왕 말자할매’는 보통 녹화가 20분에서 30분 진행되고, 현장 분위기에 쓸려가다 보니 본방송에서는 충분히 분위기를 담지 못해 편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온전한 분위기를 ‘말자쇼’에 담을 계획이다. 거기에 이미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입담을 갈고 닦은 김영희와 정범균이 보다 풍성한 공감과 웃음을 노릴 계획이다.

'개그콘서트'의 첫 스핀오프 프로그램 '말자쇼', 사진제공=KBS
'개그콘서트'의 첫 스핀오프 프로그램 '말자쇼', 사진제공=KBS

굳이 TV 플랫폼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유튜브 채널은 벌써 구독자 100만명을 넘어섰다. 인기 코너의 뒷이야기를 담는 클립, 지상파 방송심의규정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장면은 유튜브 ‘무삭제 버전’으로 해결한다. 시청자들은 좀 더 ‘진짜 같은’ 웃음을 찾기 위해 ‘개콘’의 숏츠나 릴스를 접한다.

단일 프로그램의 채널로는 최단기간 100만을 넘어선 때문에 ‘개콘’은 보답에도 나섰다. 지난 10월19일 ‘100만 구독자 돌파 특집’을 방송하는가 하면, 지난 50만 구독자 돌파 당시 100만 공약을 냈던 개그맨 중 정태호가 앞장서서 지난 2일 서울 홍대 인근의 치킨집에서 치킨을 쏘는 이벤트도 열었다.

TV 속의 새로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중이다. 최근 새 코너 ‘나 혼자 살자’와 ‘에이 아입니다’ 등을 선보였으며, 배우나 가수 등 카메오 출연에 대해서도 섭외를 이어가고 있다. ‘개콘’의 이러한 행보는 갈수록 시청률 측면이나 전 세대의 유명세에서는 물러난 감이 있더라도, 지금의 젊은 층을 놓치지 않겠다는 프로그램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새 술의 새 부대’ 작전은 절반의 아쉬움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 신인들 중 이렇다 할 스타가 탄생하지 못한 상황이며, 그 위를 계속 복귀하는 기존 스타들이 덮고 있어 이들의 반짝임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개콘’은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박준형이 최근 코너를 통해 복귀했으며 정범균, 정태호, 신윤승, 송필근 등 허리급들의 의존도도 심하다.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심곡파출소', 사진제공=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심곡파출소', 사진제공=KBS

거기에 매번 바뀌는 방송 시간도 프로그램을 확실히 믿지 못하는 KBS의 속내를 보여준다. ‘개콘’은 올해에만 3월까지 일요일 밤 10시50분을 고수하다, 6월까지 9시20분으로 시간을 앞당겼으며 다시 8월 10시20분으로 옮겼다가 다시 10시 후반대로 이동했다. 물론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 젊은 층에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이지만, 중장년층 이상 고정된 시청 층에는 이는 미덥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개콘’이 2년 동안 펼친 ‘새 술은 새 부대’의 작전은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새 술은 채웠지만, 기존 술의 향 역시 더욱더 진해져 앞을 알 수 없으며 ‘선을 넘는’ 시도를 많이 했지만 정작 중심이 될 TV 속에서의 시청률이나 편성 시간은 요동을 쳤다.

TV와 TV가 아닌 것, 방송국과 그 밖, 그리고 일요일 밤과 그 외의 시간 등 ‘개콘’을 둘러싼 많은 경계에서 나오는 불안감을 해소해야 진짜 ‘개콘’의 연착륙은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개콘’의 리뉴얼 2년은 마치 지금 2020년대 중반 지상파 예능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을 똑바로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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