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극본 권종관, 연출 이정효)는 끊임없이 궁금증을 일으키며 12부작을 정주행하게 한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안윤수(전도연)가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으로부터 남편을 죽였다는 자백을 대신 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 여겨지는 자백이 이 드라마 안에서는 진실을 가리고, 사법 시스템을 뒤틀며, 인간의 도덕과 죄책감까지 시험하는 기묘한 장치가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사랑의 불시착’(2019)으로 유명한 이정효 감독이 장르를 넘나드는 뛰어난 감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화면을 촘촘하게 채우는 밀도 높은 연출이 드라마의 흡인력을 더욱 높였다. 그러나 진짜 압권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김고은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시너지다. 두 여주인공이 쌓아가는 서스펜스가 드라마를 견인하는 엔진인데, 의심 가운데서도 믿음이 샘솟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두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연기력들이다.

안윤수는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데,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웃음이 헤프다는 이유로 단숨에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검사 백동훈(박해수)의 확증 편향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건 전도연의 뛰어난 캐릭터 연기다. 전도연은 묘한 매력을 뿜어내면서 윤수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의심이 깃들게 한다. 예술가 특유의 감수성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편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다가도 윤수의 절박함을 몰입도 있게 보여줘 의심과 동정의 줄타기를 하게 만든다.
반면 김고은의 모은은 모든 감정을 숨기는 방식으로 조용히 폭발하는 인물. 고민할 것도 없이 사이코패스라고 여겨지는 서늘함과 잔혹함이 모은을 ‘마녀’라고 불리게 만든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냉혹함, 거침 없는 행동,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균열이 시청자를 섬뜩하게 만든다. 더욱 놀라운 건 김고은은 건조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모은을 표현하는데, 그 얼굴이 매혹적이기 그지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모은의 착한 본성은 그를 향한 궁금증을 증폭한다. 그럼에도 모은이 사건을 풀어낼지, 더 복잡하게 만들지 끝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더욱이 모은이 수시로 돌변하며 머금는 차가운 눈빛이 그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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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두 주인공은 불신 위에서 거래를 시작하고, 공조하고, 연대한다. 안윤수와 모은이 서로 의심하지만 동시에 믿음도 쌓으며 연대해 가는 과정은 힘겹지만 진한 감동도 준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계속해서 오락가락한다. 처음에는 “남편을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를 궁금해하다가 나중에는 “안윤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등으로 질문이 번지고, 새로운 단서가 나올 때마다 다시 원점이 되면서 의심과 궁금증의 무한루프를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드라마는 여러 캐릭터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교차해서 보여주는 연출로 의심과 믿음을 거듭 번복하게 만든다. 같은 현장에서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며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펼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없이 뒤흔든다. 진선규, 김선영, 이미도, 최영준 등 연기력 탄탄한 명조연들의 지원사격도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그 어떤 인물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이면서 믿고 싶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이렇듯 ‘자백의 대가’는 끊이지 않는 의심과 신뢰의 진자운동을 선사하며 궁금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범인 찾기로 끝나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라 진실이 될 것만 같은 자백이 도리어 진실을 가리고 의심스러운 함정이 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나아가 그 자백의 대가를 과연 누가 치르게 될 것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거듭되는 반전의 위력뿐 아니라 자백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고 무거운 주제 의식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가장 극명한 이유는 전도연과 김고은이다. 두 배우의 명연기가 모든 설명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그저 이야기에 홀린 듯 빠져들면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결의 에너지로 묵직한 이야기를 극강의 몰입도로 전환하는 전도연과 김고은의 시너지 덕분에 ‘자백의 대가’가 2025년을 강렬하게 장식할 미스터리 스릴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