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화요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이 막을 내렸다.
‘돌싱포맨’은 이혼으로 싱글이 된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 네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를 초청해 벌이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 2021년 ‘미운우리새끼’의 스핀오프로 시작해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10%에 육박하는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정규 방송이 됐다. 이후에도 몇 년간 5%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발군의 웃음사냥꾼 탁재훈이 엉뚱한 임원희, 궁색한 이상민, 깐족이 김준호 각각 다른 캐릭터와 좋은 케미로 재미를 잘 빚어낸 것이 인기 비결. 한동안 예능에서 주춤하던 탁재훈은 ‘돌싱포맨’을 통해 다시 악마의 재능을 입증하면서 인기몰이 끝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 대성공으로 이어지는 겹경사를 맞았다.
하지만 ‘돌싱포맨’은 올해 상반기 방송 시간대를 저녁 10시후반대로 미룬 후 시청률이 점차 하락, 2%대에 머물면서 위기론이 제기됐다. 다시 시간대를 옮긴다 하더라도 이상민과 김준호가 재혼하면서 프로그램 취지 근간이 틀어진 상황이기도 해 결국 폐지가 결정됐다.

‘돌싱포맨’의 한창 때 인기 비결은 공격형 예능에 대한 향수라고 볼 수 있다. ‘돌싱포맨’은 기본적으로 토크쇼에 기반한 독설 예능인데 이런 포맷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방송 예능에도 PC주의(차별적 표현을 지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해지면서 사양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라디오스타’로 대표되는 막말과 물어뜯기의 공격형 예능 유행이 사라졌고 방송 예능은 전반적으로 순한 맛으로 변해 관찰 예능 중심으로 아이, 동물, 푸드 등의 테마가 주도하게 됐다.
하지만 PC주의를 존중하면서도 과도한 절제보다는 적당한 치고 받기 예능의 귀환을 바라는 시청자들 수도 적지 않았다. ‘돌싱포맨’은 이런 수요를 흡수해 주류 트렌드는 아님에도 상당히 인기를 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돌싱포맨’의 독설 예능 시도는 멤버들이 모두 이혼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정착이 수월했다. 이혼이 문제가 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이혼 후 뭔가 측은하고 궁색하게 사는 듯한 솔로남들의 삶을 서로 조롱하면서 PC주의의 우려를 피해갈 수 있었다. 가끔 게스트에 대한 공격도 있었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고정 멤버 서로에 대한 디스였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기비하식 조롱이라 시청자가 PC주의에 대한 인식이 강하든 약하든 양해될 수 있었다. 비슷한 시점 ‘라디오스타’도 막말의 수위를 낮추고 인신공격성 토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공격형 예능의 몰락 시대에 자신의 입지를 지켜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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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포맨’은 ‘제2의 라디오스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다. 공격형 예능 토크쇼라는 점에서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의 방송 시간 5분도 안되는 서브 코너에서 출발했는데 ‘돌싱포맨’도 ‘미운우리새끼’의 스핀오프라는 서브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도 유사했다.
‘돌싱포맨’이 등장하면서 ‘라디오스타’도 힘을 얻었다. 공격형 예능이 쇠락해가는 시대에 유일하게 버티다가 ‘돌싱포맨’이 등장해 인기를 얻으면서 독설 예능의 부활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PC주의는 필요하지만 너무 엄격한 적용을 재고하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면서 공격형 예능에 대한 시선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웃음은 의외성, 밝은 감정 등에 근거한 심리적 반응인데 공격성도 그 근본적 특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어 무조건 멀리하는 일도 지나치다는 견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돌싱포맨’의 종영으로 PC주의 이후 공격형 예능의 새로운 정착은 다시 앞길이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돌싱포맨’의 포맷 자체가 매력적이라 멤버 교체와 포맷 부분 수정 등의 과정을 거쳐 새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돌싱포맨’은 ‘제2의 라디오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공격형 예능의 앞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