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쇼미더머니12' vs 투견장 '야차의 세계' [한수진의 VS]?

올림픽 '쇼미더머니12' vs 투견장 '야차의 세계' [한수진의 VS]?

한수진 기자
2026.02.03 16:56

참가자-세계관 공유하는 '쇼미더머니12'-'야차의 세계'
규칙의 무대와 날것의 배틀, 힙합 서바이벌의 두 얼굴

Mnet '쇼미더머니12'와 티빙 '쇼미더머니12: 야차의 세계'는 같은 세계관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쇼미더머니12'는 MC 김진표와 스타 프로듀서의 조합으로 규칙과 구조가 촘촘한 오디션을 진행하는 반면, '야차의 세계'는 MC가 없고 규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느슨한 형식을 취합니다. '쇼미더머니12'의 허키 시바세키는 정확한 타이밍의 평가로 주목받고, '야차의 세계'의 언텔은 전략적 계산보다 직진하는 방식으로 배틀에서 살아남으며 '야차'라는 이름에 걸맞은 재미를 보여줍니다.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포스터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포스터 / 사진=Mnet, 티빙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다른 선택을 보여주는 사례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대상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Mnet '쇼미더머니12'와 티빙 '쇼미더머니12: 야차의 세계'(이하 '야차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관에서 출발했다. 같은 제작진, 같은 참가자 풀, 같은 랩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적 조건을 공유한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두 서바이벌은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같은 힙합을 다루지만 무엇을 긴장으로 삼고 어디서 재미를 끌어오는지부터 다르다.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구성: 촘촘하고 정교한 틀 vs 질서와 규칙의 부재

'쇼미더머니12'는 오래 이어져 온 레거시만큼 구조가 촘촘한 오디션이다. 시즌3부터 함께해 온 MC 김진표와 시즌마다 전면에 서는 스타 프로듀서의 조합은 이 프로그램의 시그니처다. 능숙한 진행과 명확한 구도 속 참가자들은 정해진 미션과 룰 안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탈락하는지가 비교적 선명하다. 이 프로그램의 긴장감은 늘 규칙에서 출발한다.

'야차의 세계'에는 MC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중심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배틀 상대를 누가 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싸울지, 몇 개의 목걸이를 걸지조차 매 순간 달라진다. 규칙은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스타 프로듀서 대신 마스터라는 느슨한 권위가 있고, 심사는 방향을 제시할 뿐 판을 통제하지 않는다. '야차의 세계'는 세계 자체가 참가자들을 제도 바깥으로 밀어낸다.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왼쪽), '야차의 세계'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참가자: 젠틀해진 도전자 vs 야차가 된 래퍼

'쇼미더머니12'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참가자의 태도다. 이전 시즌들에 비해 무대 위 언행은 한결 차분해졌고 감정의 날은 둔해졌다. 랩을 마친 뒤 프로듀서들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장면도 자주 보인다. 과거처럼 독한 말이나 공격적인 태도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한때는 자극적인 언행이 화제를 만들고 출연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이었지만, 대중의 감수성이 달라진 지금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참가자들 역시 이 변화를 학습했고, 그 결과 거만과 자극을 덜어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차의 세계'는 생태 조건부터 다르다. OTT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 심의나 시청자 민원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언어는 훨씬 거칠고 욕설 역시 비교적 자유롭게 오간다. 태도 또한 정제되기보다 즉각적이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피하고자 배틀을 질질 끌며 계산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배틀 상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표정과 말투 역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당장의 배틀에서 살아남는 일이다. 때문에 참가자들의 선택과 태도에는 이기심과 생존 본능이 동시에 노출되는, 유불리가 먼저 계산되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허키 시바세키, 언텔 / 사진=스타뉴스 DB, Mnet, 티빙
허키 시바세키, 언텔 / 사진=스타뉴스 DB, Mnet, 티빙

▲MVP: '개그캐' 허키 시바세키 vs '진격의 랩 폭격기' 언텔

'쇼미더머니12' 초반부 자주 등장하는 얼굴은 참가자가 아니라 프로듀서다. 아직 예선 구간인 만큼 특정 래퍼가 서사를 쌓기보다는 심사석에 앉은 인물들이 프로그램의 리듬을 이끈다. 이 시즌에서 그 존재감이 가장 또렷한 인물은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다. '쇼미더머니' 심사가 처음인 그는 과장된 리액션이나 잦은 멘트 대신 정확한 타이밍에 회심의 말을 던진다. 불리 때마다 본인도 머쓱하다는 활동명 비화, 의미심장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퇴장하는 참가자를 향해 무심하게 던진 "이 XX" 같은 반응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든다. '개그캐' 이상의 활약도 돋보인다. 그의 평가는 비교적 정돈돼 있고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 말은 적지만 평가의 밀도는 높다.

'야차의 세계'의 MVP는 참가자 언텔이다. 그는 '쇼미더머니12' 1차에서 탈락한 뒤 이 지하 리그에 처음부터 합류했다. 다른 래퍼들이 벌스를 아끼고 전략을 계산하며 판을 읽는 사이, 언텔은 계산보다 직진을 택한다. 전략적 생존보다는 랩 자체로 맞붙는 방식이다. 언텔이 연쇄적인 랩 배틀을 통해 1차에 이어 2차에서 합류한 참가자들까지 연달아 제치며 살아남는 과정은 이 프로그램의 이름에 왜 '야차'가 들어갔는지 그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서 쾌감은 경이로운 랩의 타격감에서 온다. 오죽하면 힙합 커뮤니티에서 '쇼미더머니12'에서 언텔을 일부러 탈락시켜 '야차의 세계'로 보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언텔은 이 리그에서 실력 그 자체로 판을 움직이는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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